변종국 산업1부 기자
다음 날인 31일에는 한국GM의 지난해 말 기준 재무상태표가 공개됐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조 원이 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당기순손실도 1조1598억 원에 달했다. 담당회계법인은 출자전환 등 한국GM의 불확실성을 들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GM 본사의 경영 원칙은 완강하다. ‘이익이 없는 곳에는 투자도 없다’는 것이다. 당장에라도 GM이 신차 배정은 물론 한국GM에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해버리면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먹힐 리 없다는 점은 정치권이 더 잘 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GM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이익이 안 나는 공장 문을 닫겠다는 것을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숟가락 얹기’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권도 노사 합의에 따른 신차 배정과 자금 수혈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에 대해 “일부 강성노조의 주장이란 걸 알고 있다. 차라리 한국GM이 군산을 떠난 자리에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자는 정치인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그런 주장과 논평을 하는 정치인은 아직 보지 못했다.
한국GM 사태가 파국으로 빠져들면 정치인들이 입으로만 지키자던 지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노조와 정부, 사측의 결정만 바라본 한국GM 임직원과 협력사들의 고통은 과연 누가 보상할지 궁금하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