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지 화백 4월 14일까지 개인전 “그림 그리며 자존심 지켜 행복”
이정지 화백의 1980년대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88’. 182×227cm. 선화랑 제공
단색화가 이정지 화백(77). 웬만큼 그림을 아는 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일 수 있다. 단색화로 인기를 끌었던 박서보 하종현 서승원 등 남성 단색화가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하지만 국내 여성작가로는 유일하게 40년 이상 단색화 외길을 걸어온 그는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큰 상찬을 받아 마땅한 예술가다.
최근 열린 개인전 ‘이정지: 80년대 단색조회화(單色調繪畵)를 중심으로’는 그런 그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1980년대 “엄격하게 신체를 활용해 바르고 긁기를 반복한” 작품 30여 점은 형언하기 힘든 묵직함이 가득하다. 이 화백은 “40대 왕성하던 시절 캔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며 “얼핏 닮아 보이지만 어느 하나도 동어반복인 작품이 없다. 우주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깊이와 인생관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광고 로드중
해외에서 더 큰 평가를 받아온 그는 당시 작품을 선보였던 일본 개인전에서는 “기량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한국 모더니즘 계승의 중심 주자에 속해 있음을 증명했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화백은 “60년 가까이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에 매진했다”며 “화가는 한 사람이라도 알아봐주는 이가 있다면 만족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난 인복 많고 축복 받은 화가”라고 말했다.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선화랑. 02-734-0458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