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UAE 왕세제 정상회담
신발 벗은 文대통령 내외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대통령 오른쪽) 등이 24일 아부다비 그랜드모스크를 둘러보고 있다. 김 여사가 히잡(이슬람권에서 쓰는 여성 전용 스카프)을 쓴 것을 놓고 일각에서 ‘여성 인권 억압의 상징을 수용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는 “종교시설이라 썼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부다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9년 만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UAE 관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급진전했다.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수주에 각별한 공을 들였던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네 차례나 UAE를 방문했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다. 그리고 이날 양국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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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나하얀 왕세제는 “(UAE를) 문 대통령의 제2의 국가로 생각하시라. 대통령께서 ‘한 번쯤 사막에 나가고 싶다’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UAE를 이해하는 배경에서 그런 말씀이 나온 것이라 기뻤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정이 허락한다면 (중동에서 유목 생활을 했던) 베두인 문화도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 나하얀 왕세제는 26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친교 행사를 위해 문 대통령을 사저로 초청했다.
○ 文 “잡음 있었으나 양국 관계 훼손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도중 “임 비서실장 특사 파견과 관련해 지난번에 잡음이 있었으나 두 나라 사이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된 군사 양해각서(MOU)를 수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한-UAE 간 더 이상 논란거리는 없다고 선언한 것. 문 대통령은 이어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UAE의 국방협력 분야에 대한 공감을 얻게 됐고, 국방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외교·국방 차관이 참여하는 ‘2+2’ 채널에서 비밀 군사 MOU 수정 문제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임 실장은 지난해 11월 ‘유사시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MOU의 수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은 당시 청와대가 UAE가 연관된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의혹을 캐다가 외교문제로 비화되자 임 실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급히 UAE를 찾은 것 아니냐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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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이례적으로 비서실장이 순방에 동행한 것은 임 실장이 UAE 문제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며 UAE에 임 실장이 ‘신뢰할 수 있는 2인자’라는 것을 재확인해주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에 전제국 방위사업청장도 배석한 점을 감안하면 비공개 회담에서 군사 MOU 해결과 함께 국산 무기 수출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UAE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들이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에 대해 “양국 관계에서도 참으로 ‘바라카(baraka·‘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뜻의 아랍어)’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알 나하얀 왕세제와 함께 바라카 원전을 찾아 건설 부문 완공식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원전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해 자체 기술을 개발해 수출까지 하게 됐다. UAE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부다비=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