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 “한국 등 철강관세 유예국에 쿼터 부과할수도”

입력 | 2018-03-24 03:00:00

관세부과 4월까지 유예뒤 또 으름장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잠정 유예시켰던 한국 등 7개국을 상대로 수입 할당량(쿼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22일(현지 시간) CNN 방송에 나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모든 나라는 쿼터제에 직면할 것이다. 모든 나라에 쿼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쿼터제가 도입되면 약속된 수출 물량만 관세를 면제받고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는 철강의 경우 25% 관세를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철강 수출 물량을 모두 면제받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잠정 유예 대상 7개국을 모니터링해 적절한 쿼터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개국 모두 관세 면제를 해주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을 통해 달성하려 했던 철강산업 가동률 80%, 수입량 1330만 t 감축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런 배경에서 쿼터제를 꺼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쿼터제가 도입되면 한국은 관세 면제를 받을 물량과 품목 등을 놓고 미국과 다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미국이 설정한 글로벌 쿼터를 놓고 잠정 유예 처분을 받은 7개국끼리 이를 나누기 위한 협상을 할 수도 있다. 비록 협상이 이루어져도 모든 철강 제품이 관세를 면제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도 영향을 미쳐 추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철강 관세를 무기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 중인 두 나라와 비슷하다”고 분류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 정부는 USTR가 한국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잠정 유예’ 국가로 지정하면서 4월 말까지 미국 측과 조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4월 중에는 4차 한미 FTA 개정 협상도 진행된다.

미국은 4월 말까지 FTA 협상에서 자동차를 필두로 얻어내고자 하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부품 등은 2017년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미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확대하거나 쿼터를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해왔다. 미국 수출용 픽업트럭(적재함에 지붕이 없는 차량)의 관세 유지도 미국 측 요구사항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4월 예정된 4차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철강 관세 쿼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미국이 한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을 철강 및 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예외 대상에서 일본을 빼놓은 것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동맹관계인 일본의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의 안보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미국의 결정은) 극히 유감이며 계속해서 예외에 포함시켜 줄 것을 미국에 끈질기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를 만나 일본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설득에 공을 들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HK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두고 “위대한 남자이며 내 친구”라면서도 “(일본이) 미국을 이용해온 시대는 끝”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