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구형도 최신 기능으로 업그레이드? '착한' 사후지원 호평

입력 | 2018-03-20 10:51:00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성능이나 기능이 거의 상향 평준화 되었다. 가격이나 등급이 비슷한 제품이라면 뭘 사더라도 소비자는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기업들은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하기 위해 사후지원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사후지원의 경우는 단순히 정상적인 초기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기존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을 강화해 최신 제품에 준하는 활용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특히 스마트폰이나 PC 등의 IT기기의 사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혜택을 입은 제품은 중고 시장에서도 한층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어서 알뜰파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다.

LG전자, 'V30S' 출시 후 기존 V30도 동일하게 무료 업그레이드

LG전자는 9일, 기존 V30 스마트폰의 기능 강화 모델인 ‘V30S 씽큐(ThinQ)’를 출시했다. V30S 씽큐는 시스템 메모리(RAM)과 저장소 용량을 늘린 것 외에 스마트폰이 스스로 사물을 인식하는 AI 카메라,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스스로 설정을 변경하는 브라이트 카메라, 촬영한 제품과 관련된 정보(쇼핑몰, 관련 이미지 등)를 알아서 검색해주는 Q 렌즈, 음성 비서 기능인 Q보이스 등의 인공지능 관련 기능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V30S 씽큐(출처=IT동아)


그리고 V30S 씽큐 출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LG전자는 기존 V30의 무료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는데, 이를 통해 기존 V30도 V30S 씽큐처럼 AI 카메라, 브라이트 카메라, Q 렌즈, Q보이스 등의 인공지능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메모리 용량에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V30S 씽큐와 거의 동일한 제품이 된 것이다.

두 제품의 디자인 역시 색상을 제외하면 같다(V30S 씽큐는 새로운 컬러 '뉴 플래티넘 그레이' 추가). LG전자는 이후부터 기존 V30을 'V30 씽큐'라는 새로운 제품명으로 부른다고 발표했으니, 기존 V30 이용자 입장에선 V30 씽큐라는 새 제품을 갖게 된 셈이다. 신제품 구매 유도가 아닌, 오히려 기존 제품의 수명 연장을 하는 지원 방식은 흔치 않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물론 좋다.

시놀로지, 8년 전 구형 NAS도 최신 기능으로 버전 업

시놀로지(Synology)는 대만에 본사를 둔 NAS(Network-attached storage) 전문업체다. NAS는 네트워크에 달아 쓰는 저장장치로, 이를 이용하면 자신만의 대용량 클라우드 저장소를 구축할 수 있다. 시놀로지 NAS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사의 NAS 전용 운영체제인 DSM(DiskStation Manager)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DSM은 다른 NAS용 운영체제와 확연히 구별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NAS를 단순한 클라우드 저장소 외에 멀티미디어 서버, CCTV 서버, 이메일 서버 등의 다방면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시놀로지의 2베이 NAS인 DS718+(출처=IT동아)


DSM은 거의 매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시놀로지 NAS의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최근 출시된 제품이라면 비싼 고급형뿐 아니라 저렴한 보급형 제품도 거의 빠짐없이 최신 DSM로 무료 업그레이드가 된다. 더욱이, 현재 팔리는 신형 제품뿐 아니라 이미 단종된 제품도 일부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최신 DSM 업그레이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구형이나 보급형 제품 이용자도 최신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시놀로지는 2010년, 2011년에 발표된 DS111, DS211 같은 구형 모델도 2018년 현재의 최신 버전인 DSM 6.1.5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DSM 최신 버전은 가상화, 오피스, 데이터 복구 등, 유용한 기능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구형이나 보급형 모델에도 최신 DSM이 지원되는 탓에 오히려 신형이나 고급형 제품 이용자들이 본전 생각이 난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한미마이크로닉스, 6년 지난 제품도 고장 나면 무상 A/S?

파워서플라이(PSU)는 컴퓨터 시스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구성품이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서플라이의 성능과 품질에 따라 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수명과 안정성이 결정되기도 한다. 특히 PC방 등의 가혹 환경에선 파워서플라이가 자주 고장 나곤 하는데 이 때문에 파워서플라이 제조사들은 제품의 무상 보증 기간을 늘리는데 주저하곤 한다.

마이크로닉스 클래식II 파워서플라이(출처=IT동아)


그런데 작년 8월, 국내의 대표적인 파워서플라이 브랜드인 한미마이크로닉스가 자사의 주력 제품인 '클래식II' 시리즈의 무상 보증 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에는 고급형 제품인 '퍼포먼스II PV 시리즈', 12월에는 '제로 플러스' 시리즈의 무상 보증 기간도 6년으로 늘렸다. 6년 전에 산 구형 제품도 고장 나면 무료로 A/S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마이크로닉스의 파워서플라이는 조립 PC 시장에서 대표적인 인기 제품이기 때문에 이런 발표는 소비자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제품 값에 이미 포함된 사후 지원비용, 소비자들에게 체감시켜야

자주 잊는 사실이지만, 사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며 지불하는 돈에는 해당 제품 자체의 값 외에 사후 지원 비용까지 포함되어있다. 제품 구매 후 일정 기간 이상 원활하게 성능이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으며, 기업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사후 지원 강화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다는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제조사의 품질을 신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신제품 출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기존 제품의 수명을 최소화하는 것에만 몰두하던 기존의 방식에도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착한' 마케팅은 당장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