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5월 회담]두 외교신인, 기존 北-美대화 틀 깼다
○ “과거와 다른 길 걷겠다”는 의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개최합의는 19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이 1999년 10월 ‘페리 프로세스(북 도발중지와 대북제재 해제→북 핵미사일 개발 중지→북-미 관계 정상화)’를 내놓은 뒤에도 북-미대화는 ‘달팽이 걸음’을 걸었다. 서로 평양과 워싱턴에 특사를 보내며 이견을 좁혀갔지만 1년 넘게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하다가 2011년 11월 미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상회담은 없던 일이 됐다.
과거와 전혀 다른 대화의 판이 벌어지게 된 것은 결국 두 사람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둘은 외교무대에서는 신인이다. 2011년 12월 집권한 김정은은 그동안 7차례 외교사절을 맞았을 뿐이고, 5일 대북 특사단을 맞으면서 북핵 외교 무대에 직접 등판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또한 지난해 1월 취임 후에 외교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외교신인들’이 새롭게 협상의 틀을 짠 것은 과거 실패한 북-미대화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트럼프는 “지난 25년 동안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주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북한은 합의 다음 날부터 핵 연구를 시작했다”며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강조한 바 있다.
화끈하다 못해 종종 예측이 불가능한 면모의 지도자들이 ‘링’에 오른 만큼 협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과를 나온 포병 지휘관 출신인 김정은은 반대파 숙청을 주저하지 않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이 갖는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역전시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화끈하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좋아한다.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타결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두 정상 모두 변화 절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파괴”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 또한 어떤 식으로든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 7일(현지 시간)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8%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최저치인 35% 이후 고작 3%포인트 반등하는 데 그쳤다. 올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러시아 스캔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김정은과의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은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다.
특히 미국인들이 김정은 집권 후 북핵을 실질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만큼 북핵의 평화적 해결은 트럼프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여론의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슈다. 실제로 트럼프 비판에 앞장섰던 미 주류 언론들조차 회담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루크 메서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성공하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생 협상을 벌였고 스스로 ‘거래의 달인’으로 칭하는 트럼프인 만큼 김정은과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인찬 hic@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