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가격 안정위해 수입국 다양화
3일 서울 이마트 수색점. 주부 권모 씨(31)는 네 살배기 아들이 좋아하는 바나나를 사러 과일 코너를 둘러봤다. 과일 진열대엔 필리핀산 바나나와 에콰도르산 바나나가 함께 놓여 있었다.
에콰도르산 바나나가 낯설어 가격을 살피니 한 묶음에 2980원. 평소 즐겨 먹던 필리핀산에 비해 1000원가량 저렴했다. 이마트 직원은 “요즘 에콰도르 바나나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필리핀 바나나보다 오히려 맛있다면서 에콰도르산만 찾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페루의 한 농장에서 직원들이 한국 이마트에 보낼 애플망고를 포장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페루산 애플망고, 에콰도르산 바나나 등 대체 산지 식품을 개발해 수입식품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마트 제공
최근 대형마트들이 과일, 육류 등 수입 신선식품의 대체 산지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한 국가에서만 수입할 경우 기상 이변이 일어났을 때 가격이 급등하기 쉽고 산지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어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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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망고의 대표적인 산지는 대만이다. 2016년과 2017년 대만에 닥친 냉해와 태풍 등으로 가격이 40% 이상 오르자 소비자들이 애플망고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매출이 급감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체 산지를 찾던 이마트는 수소문 끝에 페루의 한 농장을 발견했다.
김영완 이마트 바이어는 “인도, 태국, 페루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대체 산지를 찾았다”며 “냉동 애플망고만 유통하던 농장이라 이마트 직원들이 직접 페루에 파견돼 과일 고르는 법, 포장, 배송 방법까지 교육하며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외에도 에콰도르산 바나나, 스페인산 오렌지, 이란산 석류 등 해외 대체 산지 식품을 속속 들여와 수입 과일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일 외에 육류, 수산식품에서도 대체 산지 식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우와 비교해 가격이 절반 수준인 수입 쇠고기도 그중 하나다. 마트들은 대표적인 쇠고기 수입 국가인 미국과 호주 외에 캐나다, 뉴질랜드에서 쇠고기 수입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의 캐나다와 뉴질랜드산 수입 쇠고기 매출 비중은 2016년 0.8%에서 지난해 2.6%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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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입 신선식품은 특정 농장이나 특정 유통업자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변동성이 컸다”며 “이젠 유통업체가 직접 바이어를 해외로 보내 대체 산지를 찾고 있어 가격이 안정되고 품질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