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 ‘포스트 평창’ 외교전]김영철 “美와 대화 충분한 용의 있다”
한미와 북한 대표단은 VIP석에서 폐회식을 지켜봤지만, 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은 폐회식이 끝날 때까지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북한의 북-미 대화 거부로 꺼질 것 같았던 한반도 대화 기류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다시 타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대화 거부했던 北, 폐회식에선 “북-미 대화 용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며 북측에 공을 넘긴 상황에서, 김정은도 일단 김영철을 통해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개회식 전후로 문 대통령이 어렵게 마련한 북-미 대화를 성사 직전 걷어찼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대화 국면을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미가 단기간 내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방카 보좌관과 함께 방한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면 비핵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또는 추가 도발 중단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과 김영철의 회동에서는 10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의 회동에서처럼 비핵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끊이지 않는 북-미 실무라인 접촉설
하지만 김정은이 이날 김영철을 통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26일 이방카 보좌관이 떠나기 전 북-미 접촉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대표단에 외무성 대미 라인의 주요 인사인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포함시킨 것도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방카 보좌관과 수행단이 26일 오전 출국하지만, 한두 명이 개인적 용무 등을 이유로 출국일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2014년 김영철과 북한에서 만났던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이 서울에 남아 27일 떠나는 김영철 일행과 별도의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도 북한에 “대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이 폐막식에 참석하기 전 만찬을 함께하며 후속 논의를 가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