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김여정 10일 만남’ 막판 불발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뒤 수용 北측 펜스의 ‘폭정’ 발언 문제삼아… 회동 2시간 앞두고 취소 통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참관을 위한 방한 기간 중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10일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북측이 당일 취소해 만남이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마지막 순간에 (북측이) 회동을 취소했다. (북한 대표단이 만남의) 기회를 잡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새해 초부터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북-미대화를 적극 중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자 지난달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측에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WP는 펜스 부통령이 한국으로 향하기 약 2주 전부터 구체적인 회동 계획이 고려되고 있었으며, 그 출발점은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 한국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정보를 미 중앙정보국(CIA)이 입수한 뒤부터였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북-미대화는 2일(현지 시간) 대통령 집무실 회의에서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결정됐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 모임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백악관이 북-미대화가 불발된 지 10여 일 후 전격적으로 회담 무산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미국이 남북대화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대북제재 발표와 평창 올림픽 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앞두고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20일(현지 시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4월 초에 시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지금으로서는 바꾸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단은 한미 공조하에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고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