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평창 올림픽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취재진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가 대화를 통해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고 북-미 대화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의에 ‘여건’부터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다. 그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김정은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대북 메시지인 것이다. 아울러 남북 관계 급진전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과도한 기대감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국내용 메시지이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는 그렇게 우려하지 말라는 대미용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미 간 탐색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는 듯하다. 서로 상대가 먼저 ‘이제 만나자’고 운을 떼 주길 기다리는 형국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며 북한의 대화 제의를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다. 북-미 양측이 최대 압박에 또는 도발 위협에 눌려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로 비치진 않겠다는 신경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세 싸움이 계속된다면 예비적 대화가 이뤄져도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