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쇼트트랙 최민정-빙속 이상화 어머니의 ‘닮은꼴 응원가’ “형편 어려워 운동 접으라 했던 말, 대선수 된 지금도 미안함으로 남아… 차디찬 빙판서 고생 너무 많았지 그저 다치지만 말고 즐기다 오렴”
새로운 빙상 여제에 도전하는 쇼트트랙 에이스도,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 여제도 여전히 그들에겐 안쓰러운 존재였다. 두 어머니는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그저 다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0)의 어머니 이재순 씨(54),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29)의 어머니 김인순 씨(57)의 이야기다.
○ “스무 살 딸,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 되길”
최민정(오른쪽)과 어머니 이재순 씨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한국피앤지의 어머니 후원 프로그램 ‘땡큐맘’에 참여해 서로를 다정히 안았다. 한국피앤지 제공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00m 예선을 올림픽 신기록(42초870)을 세우며 통과한 최민정은 명실상부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이번 대회 그의 전관왕(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밖에서는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 최민정의 집에서의 모습을 묻자 “자기 관리가 너무 철저해서 로드매니저인 저를 긴장하게 만드는 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된 그도 어릴 땐 운동을 포기할 위기가 있었다. 이 씨는 “민정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됐을 때 운동을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권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는) 민정이를 24시간 돌보다 보니 혼자 있는 큰딸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 못해서였다.
이 씨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 민정이가 ‘엄마가 공부하라면 하겠지만 내 1순위는 운동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더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라는 생각에 운동을 계속하게 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최민정에게 어머니가 바라는 건 그저 “건강히 선수 생활을 하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민정아, 올림픽의 결과는 하늘의 뜻이야. 넌 이미 충분히 훌륭한 선수이자 우리 가족의 보물이야. 우리 올림픽 끝나면 그동안 미뤄왔던 가족여행 떠나자. 최민정 파이팅.” 최민정은 13일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역사상 첫 올림픽 5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 “엄마 아빠는 네 덕에 늘 기뻤어”
이상화(오른쪽)가 2016년 5월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어머니 김인순 씨(가운데), 오빠 이상준 씨와 함께 다정하게 셀카를 씩고 있다. 김인순 씨 제공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이상화도 어릴 때는 스케이트를 벗을 뻔했다. 김 씨는 “오빠가 먼저 스케이트를 하다 보니 둘 다 운동을 시키기 쉽지 않았다. 원래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운동을 하고 피아노를 가르치려 했는데 오빠가 동생을 위해 운동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오빠 이상준 씨(32)는 “동생이 더 재능이 있었다. 상화가 하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오빠는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호랑이 이빨을 뽑는 꿈을 꾸었는데 이 꿈을 이상화에게 팔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차디찬 얼음판에서 고생 많았어. 상화 덕에 엄마 아빠는 늘 기뻤어.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그저 즐기다 왔으면 해. 사랑하는 우리 딸 경기장에서 보자.”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