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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의 삶, 이미 내 인생의 일부… 다음 시즌엔 워킹맘 다뤘으면”

입력 | 2018-02-07 03:00:00

국내 최장수 시리즈 ‘막돼먹은 영애씨’ 11년째 주인공 김현숙




결혼 4년 차인 김현숙은 “이번 시즌에서 영애의 걸음걸이나 자세는 2015년 첫째를 임신하고 출산했던 경험을 살려 연기했다”며 “당시 영애보다 더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고말했다.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영애는 제 안의 또 다른 자아로, 제 인생의 일부가 돼 버렸죠. 영애의 가족들, 주변 사람들도 어디선가 실제로 살고 있을 것만 같아요.”

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현숙(40)은 “시즌이 끝날 때마다 영애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는 2007년 시작한 국내 최장수 시즌 제작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에서 11년째 주인공 ‘이영애’를 연기하고 있다.

“여성 배우가 자기 이름을 건 작품으로 오랜 시간 극을 끌고 나가는 경우는 국내에선 드문 일이죠.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책임감도 생기고요. 저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대중의 사랑까지 받고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죠.”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 마지막 회에서 영애가 결혼식장에 입장하기 전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다리던 모습. tvN 제공

지난달 23일 종영한 시즌16에선 오랫동안 미혼이었던 ‘영애’가 드디어 남편 ‘승준’을 만나 결혼하고 임신하는 내용이 담겼다. 호탕한 성격의 김현숙은 “이젠 거의 제작자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제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영애가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무척 당황해하거나, 출산에 대한 공포로 힘들어하는 내용은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제가 실제 경험했던 것과 달랐거든요. 작가들과 술자리에서 ‘그게 아니야!’ 하면서 갑론을박하다 보니 납득할 만한 절충안이 나오더라고요.”

김현숙이 꼽는 ‘막영애’의 가장 큰 장점은 조연들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쓴 대본이다. 모든 캐릭터가 확실하게 존재감이 뚜렷한 것은 물론이고, 감정 묘사와 논리적인 상황 전개까지 자연스럽고 꼼꼼하다.

“다른 몇몇 작품에선 대본이 주연에만 집중돼 조연은 상황을 유추해 숨겨진 스토리를 만들어 연기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막영애만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연기자도 있어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배우끼리도 찰떡같이 잘 맞습니다.”

드라마가 이토록 장수할 수 있었던 건 한결같은 골수팬들의 공로가 컸다. 영애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앞날을 응원해 온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을 때도 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첫 시즌부터 다시 정주행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시청자들이 이전 시즌 단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한참 뒤 다른 역할로 다시 나오면 바로 ‘어? 이 사람?’ 하고 알아보셔서 놀란 적도 있어요.”

막영애의 다음 시즌은 어떻게 전개될까. 김현숙은 “워킹맘의 애환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뤘으면 좋겠다”며 “우리 세대 직장 여성들은 여전히 과거 어머니 세대 정서를 가지고 있어 육아에 전념하지 못할 때 생기는 죄책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저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와 함께 나이를 먹어 이젠 엄마가 된 시청자들도 공감해 주실 것 같고요. 워킹맘이 된 영애가 또 다른 상황에서 막돼먹은 사람들을 자기 방식대로 응징하면 통쾌하지 않을까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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