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뜬 이규형
뮤지컬 ‘비스티보이즈’에서 마약중독자 역을 맡은 적은 있지만, 동성애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규형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해피 투게더’ 를 참고했다”며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23일 만난 배우 이규형(35)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동성애 마약사범 ‘해롱이’ 유한양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본래 ‘무뚝뚝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수가 적고, 집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는단다. 그런 그에게 “‘약쟁이’ 연기는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다. 1초 만에 이규형은 해롱이가 되어 눈꼬리와 입꼬리를 씰룩였다.
“언젠가 교도소 방에 마약사범들만 모아 두면 틱 장애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는 얘길 들었어요.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거나 입을 움직여서 약 기운이 있을 때 나오는 습관을 표현하려고 했죠.”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마약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량의 감기약을 구해 기뻐하고 있는 ‘해롱이’. tvN 제공
이번 드라마에서 얼굴을 널리 알린 이규형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18년 차 배우다. 드라마 ‘도깨비’ ‘화랑’에도 출연했다. 특히 ‘비밀의 숲’에서 죽은 자식을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 살인 계획을 세웠던 냉철한 윤 과장 역을 연기한 사실이 알려져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새로운 역할과 작품에 끌려요. 안 해본 걸 시도해보고 싶고요. 이 장면이 어떻게 하면 흥미롭고 독창적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이 쫀득쫀득 쫄깃쫄깃 긴장할까 고민하죠. 마지막엔 자신도 모르게 ‘아우, 속 시원하다’ 말할 수 있게요.”
그는 연극판을 돌아다니며 배우를 발굴하던 신원호 PD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 지금도 뮤지컬 ‘팬레터’에 출연 중이다. 이규형은 신 PD에 대해 “2시간 가까운 면접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극중 해롱이가 교도소 출소 후 끊었던 마약에 다시 손을 대는 결말에 대해선 “바람직한 설정”이라고 평가했다.
“감독님과 배우 모두가 범죄자를 미화시키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어요. 저 또한 마약이란 행위가 쉽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마약은 한 번 시작하면 그만큼 끊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 결말이었습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