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 만들기/웬디 무어 지음·이진옥 옮김/472쪽·2만1000원·글항아리
계몽주의가 맹렬한 기세를 떨치던 18세기, 영국 지식인 토머스 데이(1748∼1789)는 그러지 않았다. 데이가 원하는 신붓감은 우선, 순진한 시골 처녀이면서도 때로는 스파르타 여인처럼 강인해야 했다.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오두막에서 검소하게 살아야 하며 남편인 자신이 변덕을 부려도 고분고분하게 맞춰야 한다. 데이는 그런 신붓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매번 퇴짜를 맞았다. 결국 데이는 자신이 직접 그런 여성을 만들어 내기로 결심했다.
데이는 고아 소녀 두 명을 비밀리에 입양해 완벽한 아내 만들기 실험에 돌입했다. 한 명은 곧 탈락. 데이는 나머지 한 소녀(사브리나)의 신체와 정신을 단련시킨다. 이 과정에서 불에 녹은 왁스 덩어리로 맨살을 지지거나 핀으로 찌르는 식의 학대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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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데이와 그의 실험체로 전락해 고통스러운 삶을 산 사브리나의 인생 역정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사회 변혁을 이끌었지만 극단주의와 모순도 유발한 계몽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끄집어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