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동아일보DB
피아노 소리의 명징함이 찬 느낌하고도 통하기 때문일까요. 겨울을 묘사한 음악 중에는 피아노곡이 많은 편입니다. 겨울과 관련된 피아노 연습곡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음악도 있습니다. 쇼팽의 연습곡 작품 25 중 열한 번째 곡인 이른바 ‘겨울바람’입니다. 음울하고 느릿한 시작 부분에 이어, 느닷없이 높은 음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듯한 빠른 선율이 그야말로 매서운 겨울바람을 연상하게 합니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린 쇼팽에게 ‘겨울바람’이 있다면, 같은 시대 ‘피아노의 귀신’으로 불린 리스트에게는 ‘눈 치우기’가 있습니다. 그의 ‘초절기교 연습곡’ 열두 곡 중 마지막 곡인 ‘눈 치우기(Chasse-neige)’입니다.
올해도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군요. 남은 겨울에도 눈이 인간에게 주는 ‘고난’은 가급적 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직 눈이 주는 따뜻한 느낌만 남기는 겨울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28일 열리는 피아니스트 왕혜인의 ‘피아노 인 컬러스 3, 화이트 온 화이트’에서 첫 곡으로 리스트의 ‘눈 치우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