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 산업2부 차장
강남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집값 잡겠다며 판을 벌여놓고는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라고 하는 것 같다. 집권당 대표는 한술 더 떴다. “다주택자 보유세를 강화하지만 집 한 채 있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건 실수요든 가수요든 집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서다. 부동산 대책과 특목고 입시 변경으로 강남 집값이 폭등하자 지금 강남에 못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가진 사람이 늘었다.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거나 강남 내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는 게 경제학적 사고다. 집권세력은 “부자들을 혼내 줄게”라고 한다.
최저임금 정책은 배가 산으로 간 경우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하겠다고 했다. 이럴 거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안 지키면 신원을 공개하고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게 하겠다. 600만 소상공인이 모두 그 대상이다”라고 했어야 한다. 정부는 곧 추가대책을 발표한다. 세금이 들어갈 것 같다. 국민 위한다는 정책을 내놓고 그 부담을 국민더러 지라는 격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관료들은 그대로다. 서랍만 열면 규제 대책과 육성 대책 파일을 맞춤형으로 뽑아낼 수 있다. 노련하고 노회하다. 그런데도 왜 혼란이 생기는 것일까. 한 고위 공무원은 “청와대 코드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신입 권력자들은 야심은 크지만 공부는 덜 돼 있는 것 같다. 공정이나 정의 말고 교활한 돈의 논리를 잘 아는 전문가가 내부에 있는지 의문이다. 모처럼 정권 편이 된 강남좌파와 2030세대를 생각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니 관료들은 헷갈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까지 보유세 개편에 부정적이었다. 관료들은 보유세에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소득 없는 곳에 매기는 세금이어서다. 다른 나라보다 보유세율이 낮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세목별 세율이 국가별로 다른 건 그럴 만한 연혁과 배경이 있어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세율을 조정할 거면 다들 내리는 법인세는 왜 올렸나.
실정(失政)과 혼란이 계속되면서 ‘문빠 위에 쩐(錢)빠’라는 말이 나온다. 가상통화야 아직까진 정부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규제에 취약한 초기 시장이라서 그렇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으름장이 안 먹힌다. 사람들이 돈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조만간 가상통화 시장도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는 식으로 저항할 것이다. 이런 게 쌓이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다. 허망한 지지율처럼 말이다.
고기정 산업2부 차장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