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유전자 교정해 거부반응 없앤 ‘형질전환 돼지’ 연구 급속도 진행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편집 쉬워져… 줄기세포 배양해 맞춤 장기 만드는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술도 나와… “15년 후 췌도-각막 이식 가능할 듯”
줄기세포에 필요한 인체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처리해 원하는 오가노이드로 분화시키는 과정. 줄기세포로 다양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인공장기 개발 가능성도 한층 커지고있다. 과학동아 제공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게 가능해질 수 있을까. 현재 의학 기술로는 장기 이식수술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의 몸에서 건강한 장기를 떼어 와야 한다. 적합한 장기 제공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끝내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13년부터 5년간 국내에서만 7776명의 이식 대기환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사람에게 필요한 장기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인공장기’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공장기 기술 중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돼지나 영장류 등 다른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는 ‘이종(異種)장기’ 분야다. 동물 중에서 장기이식 후보 영순위로 거론되는 동물은 돼지다. 돼지는 장기의 구조와 비율, 생리 특성도 유사해 이종 간 장기이식 연구에 유망한 동물로 꼽혀 왔다. 다만 인간과 돼지의 면역 체계가 다르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혈관을 연결하는 즉시 이식한 장기가 괴사하기 시작되는 ‘초(超)급성 거부반응’이 대표적이다. 가령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경우, 세포 표면에 있는 ‘알파 1,3-갈락토오스(알파갈)’라는 당 성분에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반응하면서 돼지 장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관리 중인 형질전환 미니돼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아예 거부반응을 피해가는 방법을 찾는 경우도 있다. 피부나 각막, 췌도 등의 일부 조직은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지 않아도 인간에게 이식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이를 먼저 실용화하자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2016년 감염을 없애기 위해 깨끗한 상태에서 키운 ‘무균돼지’에서 각막을 얻은 뒤, 이를 영장류에 이식하자 6마리 모두 6개월 이상 시력을 유지했다.
줄기세포에서 자란 장 조직 오가노이드의 실제 모습. 플로스원 제공
다카베 다카노리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2013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간 싹(세포덩어리)을 만들었는데, 다카베 교수는 이 간 싹을 동물의 병든 간 주변에 이식하면 혈관이 연결되면서 실제로 간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용 쥐를 이용해 증명했다.
이달 초 미국 듀크대 연구진 역시 줄기세포를 이용해 진짜 근육처럼 수축할 수 있는 근섬유(muscle fiber)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고 등으로 근육을 잃어 팔다리 기능을 잃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공장기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의학 산업의 중추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10∼15년 뒤에는 췌도, 각막 등 인체의 일부 조직이 실제로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상기 KISTEP 미래예측본부장은 “인공장기 기술을 활발히 연구하는 선진국에 대응하려면 한국도 연구방향을 국가 차원에서 설정해 모든 역량을 집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