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상통화 시장]투자자 226명 설문조사 해보니
○ 불안·우울감에 약물치료까지
30분마다 담배에 손이 갔다. 하루 흡연량은 한 갑 반이나 된다. 스트레스 탓에 근육통까지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손과 발이 떨렸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요즘 대학생 김모 씨(22·부산 해운대구)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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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과 폐장이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통화시장은 24시간 거래가 이뤄진다. 가격 등락 폭도 크다. 시세표에서 관심을 돌리기가 힘들다. 여기에 일확천금을 벌었다는 사람들까지 나타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든다.
17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팀에 자문해 가상통화 투자자 226명과 비투자자 234명 등 총 4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투자자의 22.6%(51명)가 투자 시작 후 불안하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는 수익을 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익을 봤다는 174명 중 37명(21.3%)이 비슷한 감정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50대 전문직 종사자인 A 씨는 수천만 원을 투자했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시세표 확인에 쓰고 있다. 요동치는 시세표를 확인하느라 두통과 피로가 쌓이고 있다. 결국 그는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 사실상 ‘중독’ 증세
가상통화 거래에 투자하는 시간은 알코올이나 약물처럼 ‘중독’을 우려할 정도다. 투자자의 33.6%(76명)가 하루에 2시간 이상을 가상통화 거래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는 투자액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이 없었다. 회사원 서모 씨(29)는 150만 원을 투자했다. 이후 그의 일상은 오전에 일어나 시세표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주말에는 가상통화 거래 외에 다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서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한 번 폭락장을 겪은 후에는 교회에서 기도할 때도 ‘가상통화 오르게 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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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hsh0330@donga.com·이민준·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