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한국사회 곳곳 예상못한 혼란
충북에서 튀김회사를 운영하는 이영재 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지난해 말 직원 4명을 내보냈다. 그는 “최저임금이 1만 원까지 오르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씨가 지난해 말 산 90000만 원짜리 유탕기가 설치된 공장 내부.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과도기에 희생되는 서민들이 적지 않다. 단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시간이다.”(4일 최저임금 인상 요구했다가 아르바이트 자리 잃은 20대 청년)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은 예상됐던 고용 문제를 뛰어넘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해고의 위기를 넘긴 근로자들은 떠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넘쳐나는 일감에 허덕이고 있었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던 국민들은 임금 부담에 이용 시간을 줄였다.
○ 점점 확산되는 최저임금 인상 파장
최저임금을 받던 근로자들은 월급 인상을 반겼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 노동직인 이들은 곧 근로자 감소에 따른 업무 증가를 감수해야 했다. 서울 용산구의 술집에서 서빙을 하는 유모 씨(25)는 “월급이 올라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난해 6월 이후 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늘리질 않고 있어 일이 늘어 힘들다”고 푸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없어 보였던 사회복지 분야에도 그 여파가 나타났다. 5년째 치매 노인 돌보미 업무를 해오던 요양보호사 이모 씨(61·여)는 최근 보호자의 요청으로 1주일에 18시간이던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이게 됐다. 이 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야근 못 시키는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들은 심야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의 1.5배를 줘야 하는 야간수당의 부담 때문이다. 이 씨 역시 “인건비가 무서워서 올해부터 야간작업이나 잔업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직원 1명당 인건비 지출 규모가 올해에는 14% 늘었고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까지 덩달아 올랐다. 월 40만∼50만 원에 이르는 잔업수당 지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매출 감소도 예상돼 고민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기계를 도입하거나 인력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 미용용품 제조업체는 기계를 도입하려다가 수억 원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대표 A 씨는 “원료 업체들은 최저임금을 반영해 원가를 높여달라고 하고, 납품 업체는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대금을 깎으려 든다”며 “결국 원료가 싼 중국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24시간 영업의 상징이었던 편의점의 운영 시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광명시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해온 최모 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지난해 10월부터 오전 1∼6시 영업을 중단했다. 최 씨는 “인건비 상승으로 하루에 10만∼20만 원 적자가 생기게 됐는데 심야 영업을 통해 이를 메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씨가 심야 영업을 중단하자 인근 편의점들도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전체 점포의 약 15%가 야간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이 비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집국 종합·정리=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