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실명제 도입]
○ ‘실명제-과세’ 투트랙으로 과열 식힌다
최근 가상통화 대책을 놓고 혼선을 빚었던 정부는 당분간 실명제와 과세 조치에 주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거래 실명제와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달 말부터 6개 은행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실명 확인을 거친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다. 이러면 은행들이 투자자의 거래 내용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게 돼 불법자금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또 거래 내용이 남아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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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도세를 물리기 위해서는 세법을 고쳐야 한다. 현재 부동산과 달리 금, 채권 등은 양도세를 물리지 않고 있어 가상통화에만 양도세를 매길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기존 투자자도 실명 확인 거쳐야 입금
이달 말부터 실명제가 도입되면 불법자금으로 가상통화를 매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 도입과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실명제가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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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 가상계좌는 어떻게 되나.
A. 기존 가상계좌를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계좌에서는 돈을 출금할 수만 있고 입금은 안 된다. 추가 투자를 못 하는 것이다. 가상통화를 추가로 사려면 실명 거래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 확인 거래계좌를 통해서는 입금도 할 수 있고 출금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일부 거래소는 가상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자사 명의의 법인계좌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이 법인계좌들은 어떻게 되나.
A. 현재 일부 거래소는 거래소 명의의 법인계좌를 만들어놓고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투자금을 송금받아 거래를 대행해주고 있다. 이 계좌는 불법자금이 들어와도 걸러내기가 쉽지 않고 해킹에도 취약하다. 앞으로 은행들은 이런 법인계좌로 거액의 수상한 자금을 입출금하는 의심거래가 있으면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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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실명제가 도입된 후 신규 계좌를 얼마나 더 만들어줄지는 은행의 결정에 달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에 자율적으로 새 투자자들에게 거래계좌를 발급하라고 허용했다.
Q. 그렇다면 거래소 폐쇄는 없던 일로 된 건가.
A. 정부는 여전히 거래소 폐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에도 과열이 진화되지 않는다면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폐쇄는 입법 사항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한상준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