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 영예의 9인
새봄의 밝은 기운을 한가득 머금은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이들은 “작가가 된다는 건 말할 수 있는 입을 부여받은 기분이다”며 미소 지었다. 왼쪽부터 김예솔비(영화평론) 강석희(단편소설) 유지영(동화) 이수진(희곡) 김정현(문학평론) 신준희(시조) 최유안(중편소설) 변선우(시) 김경원 씨(시나리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자는 전년보다 25%나 껑충 뛴 2260명. 이 가운데 9명이 당선됐다. 12월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인 이들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수줍게 웃었다.
이들은 당선 연락을 받은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 5년간 글을 써 온 최유안 씨(34·중편소설 부문)는 “소설이 너에게 뭐니”라고 묻는 어머니에게 “난 소설가로 죽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당선 전화가 왔고 참았던 울음을 꺽꺽 토해냈다. 변선우 씨(25·시 부문)는 서점 화장실에서 연락을 받은 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변 씨는 “믿기지 않아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 입덧하는 것처럼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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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평론을 준비한 김정현 씨(39·문학평론 부문)는 최종 심사에서 연거푸 탈락하자 좌절감이 커져만 갔다. 김 씨는 “내 능력은 딱 거기까지인가 하는 생각에 넘지 못할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아득하게만 여겨졌던 문단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출을 전공한 이수진 씨(40·희곡 부문)는 글쓰기에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희곡 공모전에 숱하게 도전했지만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이 씨는 “내가 쓴 희곡으로 졸업 공연을 올리고 연출도 했는데 글이 엉성하다 보니 배우들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완전히 새롭게 써서 다시 공연을 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석희 씨는 5년간 소설을 쓰면서 참 외로웠다고 했다. 강 씨는 “내가 소설 쓰는 걸 어머니가 싫어하셨다. 다큐멘터리에서 이외수 소설가가 철창 안에 들어가 글 쓰는 모습을 보신 후 ‘저렇게 힘든 일을 꼭 해야겠느냐’며 걱정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 소식을 듣고 “내가 더 고맙다”고 한 어머니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단다.
대학생, 중학생인 두 자녀를 둔 유지영 씨(48·동화 부문)는 새벽 5시부터 한두 시간씩 글을 썼다. 집안일을 마치고 가족들이 잠든 늦은 밤에 다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유 씨는 “내 안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쓸 때는 피곤한 줄 모르겠다.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당선 후 남편과 아이들은 설거지를 하겠다고 자청하며 유 씨에게 글을 쓰라고 격려해 준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걸 이들은 잘 안다. 김경원 씨(43·시나리오 부문)는 “시나리오는 영상화되어야 완성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꾸준히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예솔비 씨(23·영화평론 부문)는 “문학평론 수업을 듣다 평론의 매력을 발견했다.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작업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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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와서 쉬어가는 동네 어귀의 늙은 느티나무 같은 작품을 쓰고 싶어요.”(신준희 씨)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아이들이 신나게 읽을 수 있고, 마음의 상처도 어루만져 주는 동화를 자아내면 좋겠어요.”(유지영 씨)
“김수영 시인은 ‘시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고 했죠. 그 말 그대로 우직하게 쓸 겁니다. 진심을 다해서요.”(변선우 씨)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