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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저소득층, 강제퇴거 조치 항의 집단시위

입력 | 2017-12-12 03:00:00

차오양구서 “인권침해” 현수막 시위
VOA “1000명 참가… 최소 1명 체포”
난중저우서도 단수-단전 거센 항의




중국 베이징(北京) 당국의 빈민촌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10일 오전 베이징 동쪽 차오양구의 하층민 밀집지역인 페이자(費家)촌 등에서 벌어졌다. 한겨울에 집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한 저소득층 주민들은 “폭력 퇴거는 인권 침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사회 통제가 강한 중국에서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세계 인권의 날이었다. 베이징 당국은 지난달 저소득층 거주지역 화재 이후 지방 출신 저소득층에 대한 일제 강제퇴거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따르면 이날 페이자촌에선 저소득층들이 모여 ‘폭력 퇴거는 인권 침해’라는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구호는 전단지로도 거리 곳곳에 나붙었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최소 1명의 시위 참가자가 공안(경찰)에 체포됐으나 시위자가 100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페이자촌은 베이징의 유명 관광지인 798예술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외지 출신 예술가들과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베이징 남쪽의 난중저우(南中軸)로에서도 저소득층 시위자들이 길을 막고 당국의 단전·단수 조치를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일제 퇴거가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시는 15일 전까지 베이징 거류증이 없는 저소득층이 살던 모든 임시 구조물을 철거할 것이라며 이때까지 모두 퇴거할 것을 공고한 상태다. 이날부터 전기와 물 공급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8일 외지에서 온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베이징시 다싱(大興)구 시훙먼(西紅門)의 임대건물에서 일어난 화재로 19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베이징시가 화재 위험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디돤런커우(低端人口·지방 출신 저소득 하층민)가 살고 있던 불법 건물 일제 철거와 퇴거를 진행하면서 디돤런커우를 베이징에서 쫓아내려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 내에서도 웨이보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이 ‘나도 디돤런커우’라고 선언하는 등 강제 퇴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은 7, 8일 베이징에서 ‘제1회 남남(南南) 인권 포럼’을 열고 개발도상국 인권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에서 열린 첫 인권포럼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서면 축사에서 “개발도상국은 인권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원칙을 견지하며 인권 보장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