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수술 후 경과 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몸에 박힌 총알의 수, 관통 부위, 출혈의 정도, 또는 수술의 타이밍, 집도의의 경험 등이 아니라 기생충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장 속에 남아 있는 음식이 옥수수가 전부라는 기사를 보고 순간 울컥했다. 그래도 JSA를 지키는 병사들은 잘 먹고 건강한 줄 알았는데….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의 사망률이 우리의 14배라는 자료를 접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에 안도할 뿐, 북녘땅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굶주림, 가족의 슬픔에 한 번도 같이 아파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땅의 의사로 살아오면서 북녘땅의 동포들이 겪고 있는 병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휴전선 인근 지역에 말라리아가 느는 것은 모기에게 철책선을 구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 군사 핫라인보다 더 급한 것이 남북 감염병 핫라인이다. 감염병 퇴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정보 공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인들 간의 교류가 한반도 공동체의 모든 생명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생명의 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수술 후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북한 병사의 쾌유를 간절히 빈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