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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11월 제철 삼치에선 치즈향이 난다

입력 | 2017-11-17 03:00:00


전남 고흥군 순천식당의 삼치회. 석창인 씨 제공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너희가 삼치회 맛을 아느냐?

아메리칸인디언 어느 부족은 11월을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지만, 우리의 11월은 이름에 ‘치’가 들어가는 생선들이 제 세상을 만나는 달입니다. 꽁치, 갈치, 쥐치뿐 아니라 삼치가 대표적이지요.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삼치는 보통 고등어 크기 정도입니다. 대개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데 기름이 많은 고등어에 비해 인기가 조금 떨어지긴 합니다.

‘치’가 들어가는 생선은 예로부터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쉽게 상하기도 하거니와 잔가시가 많아 그렇다는 설에서부터 자손들이 다투게 된다는 설에 이르기까지 이유는 다양합니다. 삼치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잡히지만 진짜배기는 지방이 오를 대로 올라 치즈 향까지 살짝 나는 겨울철의 ‘대삼치’입니다. 하지만 1m 안팎의 대삼치는 전남 거문도나 고흥, 여수까지 내려가야 제맛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삼치는 냉장을 하지 않으면 대략 이틀이면 상하기 시작합니다. 운송 시스템이 좋지 않았던 예전에는 수도권 같은 내륙에서 대삼치회를 먹기란 난망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숙성시킨 부드러운 선어회보다 단단한 식감이 치아에 전달되는 활어회를 즐기기 때문에 무른 느낌의 삼치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저 포도가 실 거야!’ 하며 지레 포기하는 여우의 처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삼치회는 지방도 적당하고 전혀 저항 없이 씹히는 식감 때문에 특유의 양념장과 묵은 김치 그리고 질 좋은 김만 있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마리아주(결혼, 결합)’를 보여줍니다.

여수나 고흥 등지에서 서울로 올려 보내는 삼치는 조금 얼려서 보내는데, 살짝 언 삼치회는 약간 녹은 셔벗과 매우 흡사한 맛입니다. 회를 썰 때도 약간 언 상태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물러서 엉망이 되고 맙니다.

11월 달력이 다 사라지기 전에 삼치회 맛을 아는 친구들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어야겠습니다. 귀한 음식일수록 뭔가를 좀 아는 ‘프로’끼리 먹어야 맛이 배가되는데, 고흥 특산의 유자막걸리까지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지요.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고흥 순천식당: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103-18, 061-833-6441. 삼치회 3만 원, 모둠회 8만 원

○ 나로호 선주의집: 경기 김포시 중봉로 1-1 신안실크밸리 3차 상가, 031-983-6662. 삼치회(중) 3만5000원, 문어숙회 2만 원

○ 시방: 서울 서초구 주흥3길 16, 02-515-3577. 삼치회(소) 3만 원, 서대회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