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방위산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자료 4만 건을 빼갔고 여기엔 1∼3급 군사기밀 60여 건도 포함된 것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장보고-III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차기호위함, 수상함구조함 같은 우리 해군 최신 전력의 설계도와 무기체계, 시험평가 자료 등이다. 특히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 프로그램의 제원, 성능 자료가 북한에 고스란히 유출된 것은 충격적이다.
전투체계는 적 표적의 탐지부터 추적, 분석, 공격, 사후 평가까지 지휘·무장통제를 자동화한 핵심 무기체계다. 북한이 해킹한 기밀을 이용해 역으로 교란 작전을 펼친다면 우리 군이 유사시 함정에서 북핵·미사일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는 해상 킬체인(Kill Chain)은 무력화되고 만다. 해군은 “해킹 이후 적군의 작전전술 변화를 관찰하고 기존 작전 개념을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안이하게 넘어가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의 잇단 해킹에도 우리는 번번이 당하고만 있다는 사실이다. 망(網)이 분리돼 안전하다던 국방망이 지난해 해킹돼 한미 연합 군사작전계획 등 기밀문서가 빠져나갔다.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내용이 들어있는 ‘작계 5015’, 침투·국지도발 대응계획 ‘작계 3100’도 함께 유출됐다. 일각에선 이런 군사기밀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보고 미국이 제대로 된 군사정보를 우리 군에 제공하겠느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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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군사적 위협과 공갈, 가짜뉴스, 사이버 파괴·교란 공작까지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한창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협박과 사이버 심리전까지 펴며 한국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최일선에서 대응해야 할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정치적 댓글 공작에 동원됐다. 사이버사령부의 위상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대응 정책과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이고 지휘체계까지 민관군 통합 차원의 큰 그림 아래 종합적인 사이버 국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