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논설위원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지난 정부 때 한은이 5차례 금리를 내린 것이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적 결정이었냐고 따졌다. 이 총재는 10년 전을 떠올렸을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해 금리인하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금리정책을 포기하는 셈”이라는 답변 취지도 10년 전과 판박이였다.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의 효과가 있다고 하면 반박할 길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한은은 독립적인가’라는 질문은 지금 특히 중요하다. 한은은 19일 기준금리를 1.25%로 묶으며 사상 최장인 16개월 동결 기록을 썼다. 지금은 한미 기준금리가 같다. 미국이 연말에 금리를 올린다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다. 미국 채권이 한국 채권보다 싸진다는 말이다. 더 선진국인 나라의 채권이 더 싸다는데 누가 갈아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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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화정책이 모순투성이라는 지적에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를 주면서도 정책방향을 단정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논리적 불일치가 생긴 것”이라고 내게 설명했다. 미국은 여러 상황 변화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신 있게 통화정책을 펼 수 있고 한국은 때때로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우리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 결정권을 부여한 것은 언제든 발을 뺄 변명거리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혈세를 들여 세운 한은의 해외 지사를 통해 글로벌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리스크를 샅샅이 분석한 뒤 그 결과를 통화정책에 반영하고 책임지라는 것이다. 한은이 늘 강조하는 독립성은 이런 책임감이 전제돼야 인정받을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3800억 달러나 되니 안심이라는 낙관론은 위기의 씨앗이다. 3800억 달러 중 국제기구 출자금이나 미국 모기지 채권 등에 장기로 투자된 달러를 빼고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가. 이 돈으로 만기 1년 이하 외채와 외국인 주식자금 중 상당 부분을 내줘도 문제가 없을 정도인가. 총재는 그 실태를 알고 있나.
이제 금리 동결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관리 가능하다는 신뢰를 토대로 한 가장 힘든 결정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셈이 된다. 이미 은행들은 낮은 기준금리 덕에 자금을 싸게 조달해서 높은 이자를 붙이는 대출장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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