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下> 준비된 기업가가 필요하다
KAIST, 사회적기업가 MBA강의 24일 서울 동대문구 KAIST 수펙스경영관에서 이지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뒤)가 사회적기업가 MBA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수펙스경영관에서 진행된 ‘사회적기업가 MBA’ 수업 현장을 찾았다. 이지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강의에 20여 명의 학생이 귀를 기울였다.
이 교수는 사회적 기업가가 맞닥뜨릴 현실적인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돈 문제다. 그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기대만큼 혁신이 안 되면 규모가 영세하고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곤 한다”며 “그러나 버려지는 소방용 호스와 가죽 시트로 가방을 만드는 영국 ‘엘비스 앤드 크레세’나 한국 ‘모어댄’같이 시각만 바꾸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
“어르신들과 함께 꿈 펼쳐요” ‘취미 정기구독 스타트업’ 하비풀의 양순모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 앞에서 자수와 뜨개질 등의 제품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3일 하비풀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성동구 사회적 기업 집합 건물인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양 대표는 이윤과 사회적 가치 창출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기업가 MBA를 다닌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부터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기업 활동으로 도울 방법을 알기는 힘들었다. “교수님들이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정말 꼬치꼬치 물어보셨어요. 토론을 하면서 일할 의지가 있는 분과 없는 분, 기술적인 역량이 있는 분과 없는 분 등으로 내가 일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세분하고 범위를 한정해 나갔습니다.” 양 대표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자리 창출의 대상을 좁혀 나갔다. 그는 “처음에는 일할 의지가 없는 분도 포함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돕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적은 숫자라도 제대로 돕고 나머지는 복지의 영역으로 두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활동가에서 기업가로 바뀐 셈이다.
사회적 기업 창업을 장려하고 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실제 투자 유치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교육은 취약한 실정이다. KAIST와 숭실대, 이화여대, 한양대를 비롯해 대구가톨릭대, 한신대, 성공회대 등 대학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관련 과정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사회적 기업은 정부 보조금 및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는 복지단체나 비정부기구(NGO)와 달리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탄탄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규모를 키울 경영능력이 필요한데 아직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은 영세한 실정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결국 기업가로서의 정신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 양성이 해법이다. 사회적 기업 지원 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 기업계에서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나 상장 등 성공적인 엑시트(자금 회수) 사례가 나오지 못한 것도 사회적 기업가에 대한 경영 수업의 필요성을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