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빠르트망’의 고선웅 연출―첫 연극 도전하는 발레리나 김주원
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연출과 주연 배우로 호흡을 맞추는 고선웅 연출(왼쪽)과 발레리나 김주원. 고선웅 연출은 2010년 댄스뮤지컬 ‘컨택트’에 출연한 김주원을 본 뒤 팬이 됐다. 김주원도 고 연출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연을 일주일가량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에선 묘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특히 7월 캐스팅 발표 직후 다소 긴장감이 묻어나던 김주원은 말투와 표정에서 180도 달라져 있었다.
고 연출은 “김주원은 천생 배우”라며 “연기에서 풋풋함과 신비주의가 느껴진다. 무대 위에서 집중할 때 확 변하는 배우 기질이 다분하다”고 평했다. 김주원은 극중 남자 주인공 막스가 첫눈에 반하는 발레리나 리자 역을 맡았다.
사실 김주원의 연극 출연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고선웅은 “김주원을 캐스팅했을 때 사실 악수(惡手)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릿속에서 리자는 김주원밖에 없었고 지금은 누구보다 리자로 완성돼 있다. 연극배우들이 김주원의 연기를 보게 되면 ‘납득이 가는 캐스팅이네’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주원은 발레 공연 대신 모두의 예상을 비켜간 ‘연극’이란 새로운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연극 ‘라빠르트망’은 내게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연습실에 연출가와 동료 배우들이 들어오면 심장이 뛴다”며 “연극 작업을 하며 배운 감정 표현 등의 상당 부분이 나중에 춤을 추는 데 피와 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춤 역시 이 작품 후로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김주원은 고 연출에 대해 “저도 살짝 정상이 아니긴 하지만, 고 연출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 연출님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요. 시골 밭에서 금방 김매고 나온 농부 같은 느낌이다가도, 세련된 뉴요커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가끔은 섹시한 20대 여자 같을 때도 있고, 물질하는 억센 해녀 같은 느낌도 있어요. 너무 다채롭고 매력적인 분이에요.”
각 분야에서 나름 성공한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분야를 사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여유로움이 넘친다.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단원 시절에도 늘 예술의전당 앞에만 가면 너무 행복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말했고, 고 연출 역시 “스무 살 때부터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맞장구쳤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