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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박성우 “같은 규복役… 형은 야성미, 저는 모성애 자극”

입력 | 2017-10-10 03:00:00

창극 ‘산불’ 男주인공 김준수-박성우




창극 ‘산불’에서 규복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왼쪽)와 박성우. 국악계 아이돌로 통하는 김준수와 신예 박성우는 “서로 다른 규복의 매력을 무대에서 드러낼 것”이라며 묘한 경쟁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 최고의 현대 희곡으로 손꼽히는 차범석의 ‘산불’이 창극이란 새 옷을 입는다.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산불’에선 국립창극단의 젊은 피 김준수(26), 박성우(27), 이소연, 류가양이 남녀 주인공 규복과 점례, 사월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대표가 연출을, 영화 ‘부산행’ ‘곡성’ ‘타짜’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장영규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360도 회전 나선형 무대에 1000그루 이상의 대나무로 만든 숲과 실제 크기를 방불케 하는 추락한 폭격기 모형 등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들 예정이다.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은 “새로운 산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창극 ‘산불’에서 치열하고 복잡한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 점례, 규복, 사월. 국립창극단 제공

점례와 사월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규복 역에 더블 캐스팅된 ‘국악계의 아이돌’ 김준수와 창극단의 신예 박성우를 지난달 26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규복이라는 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김준수와 박성우는 여러모로 180도 다른 느낌이다. 이성열 연출도 “김준수의 규복은 사슴을, 박성우의 규복은 들개를 떠오르게 한다”고 평했을 정도다.

김준수는 “성우형의 규복에선 야성미와 박력이 느껴지는 반면 저는 점례와 사월 사이에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규복을 연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도 “저는 통이 크고, 준수는 호소력이 짙다”고 말했다.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소리꾼 김준수는 중앙대 3학년이던 2013년 22세의 나이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국립창극단 창단 51년 만에 최연소 입단이었다. 입단 이후 ‘메디아’ ‘배비장전’ ‘오르페오전’ ‘트로이의 여인들’ 등 굵직한 신작에서 주연만 꿰차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엠넷(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KBS ‘불후의 명곡’ 등 방송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며 폭발적 관심도 끌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김준수 대기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팬들은 200여 명. 창극계에선 이색적 풍경이다.

반면 지난해 유태평양 등과 함께 입단한 박성우는 이번 작품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당초 규복 역에는 김준수만 캐스팅됐지만, 음악감독 장영규의 강력한 추천으로 규복 역에 뒤늦게 합류했다. 박성우는 “대장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감사하게도 규복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며 “국립극장 자료실에 가서 과거 창극단의 ‘산불’ 공연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주역 데뷔는 늦었지만, 해오름극장 무대 경험은 김준수보다 선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국립창극단의 ‘청년시대’ 무대에서 아역배우로 일찌감치 무대를 맛봤다. 국악중, 국악고 시절엔 태권도와 유도 선수 생활을 병행했고 한양대 국악과를 다닐 때엔 대학로 연극무대에도 섰다. “영화와 뮤지컬 무대도 도전하고 싶어요.”

국립창극단의 신작 ‘산불’은 25∼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 02-2280-4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