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장 큰 불행은 교만한 마음에 잘난 체하는 것이고 사람의 가장 큰 허황됨은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것이다
人之禍莫大乎驕矜 人之妄莫甚於多上
(인지화막대호교긍 인지망막심어다상)
―위백규 ‘존재집(存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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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의 관리가 되자마자 걸음걸이와 눈빛이 거만해지고, 가난한 사람이 한 냥의 돈이 생기자마자 커다란 생선을 사고, 글씨 공부를 하는 사람은 좋은 종이에 겨우 한 장 글씨를 써보고는 왕희지(王羲之)를 들먹이면서 다른 유명한 서예가들은 무시하고, 글을 읽은 사람은 겨우 ‘통감절요(通鑑節要)’ 맨 앞부분을 읽고는 읽지 않은 책이 없는 것처럼 으스대고, 시 짓는 사람은 겨우 몇 편을 지어보고는 모든 문체에 통달하였다고 하며 조식(曺植)이나 이백(李白)과 같은 명문장가에 자신을 빗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비들은 백일장에서 좋은 성적을 받자마자 과거시험에 급제라도 한 것처럼 과거 합격자에게 하사되는 어사화를 보관할 판자를 준비하고, 조정에 처음 벼슬을 하고는 정승이 된 것처럼 의정부의 대문에서 걷는 연습을 하고, 승려는 겨우 기초적인 불경을 읽고는 고승이라고 일컫고, 지관(地官)은 지남철로 겨우 방위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는 옛 성현이 도읍을 정하고 묏자리를 정한 것을 비평한다.
지금의 우리들은 어떠한가. 위에 열거된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논문 한 편을 읽으면 학자가 되고, 시집 한 권을 읽으면 시인이 되고, 화분에 고추 한 포기를 심으면 농부가 되고, 외국에 한 번 다녀오면 여행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은가. 위백규는 이러한 사람들을 개미가 호랑이를 따라하고 메추라기가 붕새를 따라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작게는 자신의 몸과 이름을 망치지만 크게는 집안까지 망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작은 것을 가지고서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겨 남들 앞에 으스대면 그만큼 남들의 비웃음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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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