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컬렉션 진출 10주년 맞은 ‘준지’ 정욱준 디자이너
패션브랜드 ‘준지’의 정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사무실에는 10년간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옷 사진이 빼곡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창작 원천은 ‘보이지 않는 더듬이’라는 사실. 삼성물산 남성패션 브랜드 준지(JUUN.J)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 상무(50)가 올해 준지 파리 컬렉션 진출 10주년을 맞았다.
파리 컬렉션은 진출도 어렵지만 꾸준히 컬렉션을 여는 것은 더 힘들다. 첫 쇼 뒤 퇴출되는 브랜드가 부지기수다. “저도 퇴출 악몽을 많이 꾸었어요. 다행히 올해 쇼에서도 리애나가 찾아와 바로 일곱 벌을 주문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에서 오버사이즈 열풍이 불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쇼에 오버사이즈 아이템을 등장시킨 원조 중 한 명이다. “30년 전 옷은 우아하고, 20년 전 옷은 아름답고, 10년 전 옷은 촌스럽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1980년대 오버사이즈가 유행이었죠. 갑자기 그런 옷들이 입고 싶어지더라고요. 제 더듬이 덕분이죠.”
운전면허가 없는 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사무실까지 자주 걷는다. 길을 오가다 또는 카페, 음식점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자주 접한다. 그는 “가끔 제가 디자인한 옷을 모방한 ‘짝퉁’ 제품을 입은 사람도 만난다”며 “그만큼 사람들이 제 디자인을 사랑한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30대 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40대 때 파리 컬렉션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차곡차곡 실현시키고 있는 그는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그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처럼 100년이 지나도 패션, 라이프스타일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