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흡연 남편 숨지게 한 ‘니코틴 원액’ 살해도구 첫 인정
7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씨 부인 송모 씨(48·여)와 황모 씨(4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황 씨는 송 씨의 내연남이다. 니코틴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가려진 순간이다.
재판부는 여러 간접증거를 들어 두 사람을 유죄로 봤다. 우선 오 씨의 몸에서는 니코틴뿐만 아니라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이 나왔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니코틴을 언제 어떻게 오 씨에게 주입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 씨의 몸에선 주삿바늘이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 등 약물을 외부에서 투입한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니코틴 원액은 기체로 만들기가 어려워 호흡기로 투입하기가 어렵고 잠든 사람의 입을 벌려 마시게 할 경우 입안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켜 먹이기도 어려웠다. 경찰과 검찰 모두 이 부분을 밝히지 못했다. 송 씨와 황 씨는 줄곧 범행을 부인했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을 때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도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다. 구체적인 살해 시기와 방식을 입증하는 직접증거가 없던 탓이다.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은 선고문 낭독에 앞서 서류를 만지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죄가 있는지 의심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는 게 형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방청석에 있던 오 씨의 유족이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장은 “검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나 피고인들의 유전자(DNA) 등 직접적인 살인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특히 피해자 몸속에 니코틴이 어떻게 주입됐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판결은 무죄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살인의 심증이 직접증거에 근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각각의 간접증거가 범죄사실을 완전히 입증하진 못하더라도 종합적인 증명력이 인정되면 유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전의 순간이었다. 1시간에 걸친 유죄 판단의 이유를 설명한 재판부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후회나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반인륜 범죄로 참작의 여지 없이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의정부=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