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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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 자리에 34분이나 지각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오히려 “30분 정도는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6일(현지 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예정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시작 시각에 맞춰 회담장에 도착한 반면 30분이 지나도록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34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낸 푸틴 대통령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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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12년 국제 언론 기관인 CSM(The Christian Science Monitor)은 “푸틴과 약속을 잡았다면 책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푸틴의 역대 지각 사례를 보면 ‘34분 지각’은 약과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지난 3월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통계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의 상습적인 지각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가장 오래 기다린 사람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2014년 당시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4시간 15분 늦게 나타나 메르켈 총리에게 큰 결례를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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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3시간을, 2014년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2시간을, 2013년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1시간 30분을 늦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의 회담 당시에는 40분을,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30분을 지각하는 등 푸틴 대통령의 지각 사례는 끝이 없었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첫 만남에서도 50분이나 늦었다. 당시 러시아 측은 차가 막혔다며 지각을 해명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인 2015년 파리 UN 총회에도 1시간 20분이나 늦는 등 푸틴 대통령의 지각 사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인디펜던트는 “푸틴 대통령은 왜 각국의 정상들에게 결례를 범하는 것이냐”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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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지각에 대해 일종의 ‘기 싸움’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회담의 주도권을 잡거나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늦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