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교 100주년 맞는 서울시립대 원윤희 총장의 포부
서울시립대가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다. 11일 원윤희 총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립대의 미래에 대해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최초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 지 5년이 됐죠.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한 학기 등록금이 인문사회계열 102만 원, 음악학과 170만 원입니다. 등록금 고지서 숫자가 딱 절반입니다.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지쳤던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입 성적은 큰 차이가 없지만 재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됐습니다. 매년 학생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대학 생활에 대한 종합적인 만족도가 증가했고요. 학생들의 잠재능력 계발에도 기여했다고 봅니다. 더구나 학자금 대출규모가 줄어들었는데 학생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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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반값 등록금 지원 예산이 한 해 182억 원입니다. 등록금 시행으로 다른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와 국가장학금 확충을 견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반값 등록금이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면 교육을 생각하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서울 외 지역 학생도 앞으로 서울시민이 될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학생들까지도 강의실 전구에 불이 안 들어오면 반값 등록금 때문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은 수명이 다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허허.”
―이번 대입부터 대입전형료와 입학금도 면제하기로 했는데요.
“지난해 입학금은 9만2000원이었습니다. 올해 이를 면제하면 전체 예산이 1억5000만 원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공립대가 모여 입학금을 면제하기로 합의했고,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대입전형료까지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워낙 수험생의 교육비 부담이 크니까 공립대에서 부담을 줄여주자는 차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교육 투자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7%가 넘는데 한국은 0.5% 정도입니다. 정부 부담이 지나치게 적습니다. 과감히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졸업생들은 공직 진출에 강점이 있다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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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를 확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이 발표됐는데 대입 전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이렇게 3가지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만족도나 성취도가 가장 높습니다.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오랫동안 준비하고, 수시 합격 이후 개강할 때까지 선배도 만나고 대학생활 계획도 세우니 소속감이 높습니다. 자연스레 학업 성적이 좋고 각종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죠. 하지만 수능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은 점수에 맞춰 학교를 선택합니다. 한 문제 틀려 등급이 달라졌다 생각을 하고, 개강 직전까지도 어느 학교로 갈지 모르다가 얼떨결에 들어오니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낮습니다. ‘반수’도 많이 하고 신입생 5% 정도는 다른 학교로 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해 변별력이 낮아지면 학생들이 수용을 못 할 겁니다. 대학도 수능 외에 다양한 평가 요소를 고민하게 될 것인데 정부는 대학에 학생 선발 재량권을 주지 않을 겁니다. 대학도, 학생도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남대 인수가 어려워졌죠.
“서남대 감사 결과, 재단에서 교비 330억 원을 횡령한 거죠. 이 330억 원을 보전하면 이사회 과반수 구성권을 주겠다는 조건이었는데 개인이 횡령한 돈을 서울시 예산으로 갚아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재정 상태가 좋은 서울시가 2070억 원을 투자하고 남원시는 지역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상생안 모델이었습니다. 서울은 공공의료 인력 공급 체계를 세우고 공공의료 수준을 높이겠다는 중장기적 계획이 있었는데 매우 아쉽습니다. 우선 내년 도시보건대학원 설립으로 공공의료 체계의 기틀을 닦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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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100년’ 서울시립대가 어떻게 될지 고민이 큽니다. 홍콩시립대, 뉴욕시립대, 싱가포르 국립대학 등 외국 도시들이 운영하는 공립대 사례를 연구하면서 서울시립대의 지향점을 찾아 비전 선포식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제한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은 교육기관이면서 연구기관입니다. 고대부터 그랬습니다.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도 대학입시에만 관심이 있지, 연구지원이나 기업연계 등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에는 소극적입니다. 한국 박사의 절반이 대학에 근무하는데 이들을 제대로 활용해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