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의 시 ‘사랑’ 중. 동아일보DB
동네 공원에선 나름 성대한 이·취임식이 벌어졌다. 낮엔 아직도 짝을 못 찾은 매미의 목청이 구성지나, 해가 떨어진 뒤엔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늦건 이르건 계절은 길을 잃지 않는다.
매미는 자주, 인간에게 안쓰럽게 여겨진다. 5∼7년을 땅 밑에서 살다 바깥세상으로 나온 지 겨우 2주 만에 생을 마쳐서다. 심지어 17년 이상 흙 속에 머무는 종도 있단다. 일본만화 ‘은혼’에선 그 처연함을 이렇게 보듬는 대목이 나온다. “어쩌면 평생을 열심히 살았기에 주어진 ‘삶의 보너스 휴가’일지 모른다”고.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