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2년7개월만에 석방된 임현수 목사 증언
“겨울에도 너비 1m, 깊이 1m의 구덩이를 팠는데 땅은 꽁꽁 얼어 있었고, 진흙땅이 너무 단단해 구덩이 하나를 파는 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상체는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은 동상에 걸렸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2년 7개월 만에 최근 석방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62)가 캐나다 도착 다음 날인 13일(현지 시간) 자신의 처참했던 북한 억류 생활을 일부 소개했다. 토론토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임 목사는 이날 자신이 담임목사인 온타리오주 미시소가 큰빛교회 일요예배에 참석해 “첫 2개월 동안 체중이 90kg에서 67kg으로 빠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회상했다.
교인의 열광적인 환영 속에 약 30분간 이어진 증언에서 임 목사는 “겨울엔 꽁꽁 언 석탄을 쪼개는 작업을 했고 봄과 찌는 더위의 여름에도 야외에서 하루 8시간 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1년간의 혹사에 몸이 상해 2개월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으며 이후에도 건강이 악화돼 세 차례나 더 병원에 갔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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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억류 기간 북한에 관한 100권의 책을 읽으며 70년 역사의 북한을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감옥에서도 영어와 한글로 된 성경을 다섯 번이나 읽고 700개의 성경 구절을 메모했으며 130일의 주일을 혼자 기도했다”고 밝혔다.
임 목사는 “일을 하는 동안 쉼 없이 기도했으며 여러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신께서 이겨낼 힘을 주셨다”면서 “낙담과 분개의 순간이 있었지만 이는 곧 용기와 환희, 감사로 변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극적인 석방에 대해선 “아직도 꿈만 같고 신의 은총”이라고 강조하면서 “내가 캐나다인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임 목사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교인들에게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환영식 자리엔 수감 도중 태어난 손녀도 있었다.
토론토스타는 임 목사가 12일 캐나다에 도착해 첫 질문으로 “내가 가지 못한 장례식이 있습니까”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까”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13일 임 목사는 체포 경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나중에 교회 대변인이 ‘일부 오해를 살 대목이 있고 임 목사는 이를 언급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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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