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교생이 오랑캐를 몽둥이로 치자 오랑캐는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큰소리로 “우리나라 사람이 오랑캐를 죽였다”고 외치며 교생을 죽이려고 들었다. 교생이 “저는 늙으신 어머니를 살리려고 적을 해쳤는데 여러분은 어찌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저는 이제 갑니다. 여러분은 도망갈 생각이 없으십니까” 하였다. 마침 날이 저물었기에 교생은 어머니와 함께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 무사할 수 있었다.
그 후 사태가 안정되고 군(郡)에서 장사(壯士)를 선발하게 되자 마을의 부로(父老)들이 교생을 추천했다. 교생이 관아에 들어가 말하였다. “당시 모자가 모두 호랑이 아가리에 걸려들어 금방이라도 죽겠기에 만 번 죽을 각오로 꾀를 내어 맨손으로 오랑캐를 죽인 것이지 털끝만큼이라도 용력(勇力)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닙니다. 만약 이것으로 선발된다면 거짓을 무릅쓰고 요행수로 명예를 얻는 데 가깝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군수는 그 말이 옳다고 여기고 교생을 물리쳤다.
선생은 “애석하다! 군수는 다만 용력이 있는 자가 오랑캐를 공격한 것만 알았을 뿐 의열(義烈)이 내면에서 격동하여 용력이 된 것은 몰랐다(惜乎! 郡守但知有勇力者擊胡, 而不知義烈激于中而爲勇力也)”라며 당시 군수의 태도에 대해 탄식합니다. 용기를 내야 할 때 진정 용감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나라는 안팎으로 어려워지고 광복절은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