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시즌 파리 유기견 센터 가보니
프랑스 파리 동남부 외곽 보르페닐에 있는 유기견 센터 SPA에서 보호받고 있는 한 유기견. 휴가를 떠나기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 ‘바캉스 유기견’이 늘면서 이 센터에는 수용 가능한 250마리가 꽉 채워졌다. SPA 제공
1일 프랑스 파리 동남부 외곽 보르페닐의 유기견 센터 SPA를 방문했을 때 셀린 베르베크 소장을 비롯해 직원 21명 전원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보통 프랑스인들이 3주가 넘는 긴 휴가를 떠나는 8월이 이들에겐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주인들이 휴가를 떠나기 전 버린 ‘바캉스 유기견’들로 센터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
베르베크 소장은 “여름만 되면 센터에 보내겠다는 개들이 넘쳐 대기하는 리스트도 길어지고 당장 휴가를 가기 위해 센터 문 앞에 몰래 개를 묶어 놓거나 박스에 넣어 놓고 가는 이도 많다”며 “불행히도 매년 5% 이상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불만이 가장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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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버려져 보호 철창에 들어간 개들은 낯선 기자를 보자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보였다. 지난주 파리에 살다가 버림받은 4년 된 비글종 막스는 낯선 환경에 기가 죽어 있었다. 주인은 막스가 자신의 신발을 물어뜯는 등 별난 행동으로 키우기가 어렵다며 휴가를 가기 전 버리겠다고 연락해 지난주 센터 직원이 가서 데려왔다. 베르베크 소장은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싶은 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치한 주인의 잘못”이라며 “개를 키우기 전에는 개가 꽤 오래 산다는 것, 이에 따라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보호 중인 개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다. 유기견들의 입양자를 찾아주기 위해서다. 입양이 잘 되도록 성격이 난폭한 개는 훈련을 시켜 성격을 바꾸고 아픈 개는 치료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꾸준히 산책도 시킨다. 유기견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가 안락사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개를 안락사시키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프랑스에는 주인과 호화 바캉스를 함께 즐기는 팔자 좋은 반려견도 많다. 개들만의 여름 캠프도 성업 중이다. 파리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의 르망에서 반려견 캠프를 운영 중인 ‘도그 워킹’ 대표 윌프리드 씨는 “도심에 갇혀 지내던 개들이 맘껏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개와 친해질 수 있도록 사회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70마리가 여름 캠프에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45유로(약 6만 원)로 꽤 비싼 가격이지만 이용객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휴가 기간에 개를 봐주는 펫시터는 이미 보편화됐다. 펫시터가 집으로 와서 개를 봐주는지, 펫시터 집에 맡기는지, 먹이 주고 산책만 시키는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보통 하루에 30∼35유로(약 4만 원)의 비용이 든다. 2일 파리 16구 생트페린 공원에 개와 산책을 나온 노에미 씨는 “매년 휴가를 떠날 때마다 펫시터의 집에 개를 맡기는데 가족같이 잘해준다”며 “개를 키우는 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하나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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