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헌정 ‘The Journey’展
14일 서울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자신이 만든 대형 도자기 테이블과 콘크리트 의자에서 포즈를 취한 이헌정 도예가. 콘크리트 벽에는 구멍을 뚫어 흰색 도자기 꽃을 가득 꽂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의 전시 ‘The Journey’. 8월 6일까지 이 전시를 여는 도예가 이헌정 씨(50)는 줄곧 여행(journey)이란 주제로 작업해 왔다. 도예(홍익대 석사), 조각(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건축(경원대 박사과정 수료)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여행을 통해 아트 퍼니처(예술 가구)를 만들어 온 것.
12개 도자기판을 이어 붙인 월 체어.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배우 브래드 피트, 건축가 노먼 포스터, 화가 제임스 터렐 등 유명 예술인들이 구입했다. 전통 소재인 도자와 콘크리트 등의 현대적 재료를 간결한 선으로 결합시킨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화려해졌다. 사람 키 높이의 대형 도자기 화분엔 빨강 꽃 장식이 가득 붙어 있다. 콘크리트 벽에 수백 개의 구멍을 뚫은 뒤 작은 흰색 도자기 꽃을 꽂은 ‘아트 벽’도 있다. “나이 들어 그런가, 꽃과 나비처럼 순수한 것들이 좋아져요(웃음). 사람들이 도예를 어렵지 않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손의 노동, 가마 속에서 유약이 불을 만나 빚는 우연의 흔적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자주 여행한다. 지난해 여름엔 옛 스승이 은퇴해 사는 아일랜드 시골에 가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지냈다. 특히 그곳의 자연에 푹 빠졌다. “두께가 10cm나 되는 이끼를 보니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껍게 제 작품 속에 쌓고 싶어지더라고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배우들의 몸짓을 보며 ‘좀 더 사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는 최근 서울 중구 신당동 다산 성곽길 모퉁이에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B’라는 공간을 열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그의 아트 퍼니처를 놓은 뒤 시인과 건축가 등을 연사로 초대해 소규모 학습모임을 열고 있다. 창작 여행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