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합동연설서 전격발표
‘주피터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 ‘주피터’로 표현한 현지 일간 리베라시옹의 3일자 1면. 리베라시옹 웹사이트 캡처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잘못된 트랙에 있었고 프랑스는 이제 전혀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며 의원의 수를 3분의 1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의원 정원 감축은 마크롱의 대선 공약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정치개혁의 칼을 빼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의회 정원 감축과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의회 기능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성 정치권의 저항을 의식한 듯 “가을까지 양원 의장은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달라. 의회에서 투표하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강수를 뒀다.
이날 연설을 놓고 ‘마크롱식 정치개혁’의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프랑스 상원은 348석, 하원은 577석으로 의원 수가 1000여 명에 육박한다. 5년 임기의 하원의원은 577개 선거구에서 직접선거로,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은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국민 눈에 이들은 별다른 일도 하지 않으면서 세비만 축내는 특권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마크롱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비례대표 도입과 시민들의 청원권 강화도 제시했다. 그는 “의회는 모든 국민을 좀 더 정확하게 대표할 필요가 있다”며 1986년 이후 폐지됐던 비례대표 도입을 들고나왔다. 국민 70% 이상이 이에 찬성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의원을 거치지 않고 시민들이 더 쉽게 직접 청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원한다”며 청원권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재임 중 형사 범죄를 따로 다루는 특별법정인 공화국법정(CJR)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공화국법정은 3명의 판사, 상·하원 각 6명으로 구성된 12명의 재판관이 비밀투표와 다수결로 처벌 수위를 결정해 정치인들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절차도 복잡해 20년 동안 4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크롱식 정치개혁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의회의 힘을 약화시켜 ‘행정 독주’를 하겠다는 의지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마크롱 대통령은 급속한 사회변화에 맞게 의회 표결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회의 전체표결로 가는 법안 비율을 줄여 상임위 의결만으로 통과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주피터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 ‘주피터’로 표현한 현지 일간 리베라시옹의 3일자 1면. 리베라시옹 웹사이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