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강모 씨(65)는 퇴직 후 단 푼도 내지 않던 건강보험료를 내년 7월부터 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내년 7월 1일 시행되면서 강 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 후 연금으로 매달 300만 원을 받고 있지만 그간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얹혀 건보료를 면제받았다. 강 씨는 정부가 4월경 시작하기로 한 건보료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단에 문의했지만 “좀 더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신의 건보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회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3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복지부는 당초 4월 중순경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하위 법령을 입법예고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 올해 서비스 오픈이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하다.
내년부터 건보료 부과체계가 달라지면 지역가입자 593만 가구의 건보료가 월 평균 2만2000원 줄지만 근로소득 외 소득이 많은 ‘부자 직장인’ 13만 가구, 피부양자 39만 명의 건보료는 오른다. 하지만 아직 건보료 조회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아 실제 건보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가 없다. 특히 건보료가 오르는 가입자의 불만이 크다. 은퇴 후 자녀에 얹혀 건보료를 내지 않고 있는 피부양자 김모 씨(63)는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돼 건보료를 내야 하는데 계산법이 복잡해 얼마나 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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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실제 건보료 인상폭을 좌우할 수 있는 하위 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은 아직 입법예고조차 되지 않았다. 3월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돼 큰 방향이 정해졌지만 세부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예컨대 복지부는 내년부터 건보료가 오르는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피부양자의 건보료는 4년간 30% 깎아주기로 했다. 문제는 경감 대상을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피부양자가 별도 세대주가 되면 전체 건보료에서 30%를 깎아주면 된다. 하지만 다른 세대의 세대원으로 편입되면 세대 전체의 보험료를 깎아줘야 하는지 아직 세부 기준이 없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경감 대상을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건보료가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세부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회 서비스를 시작하면 오히려 혼란만 줄 수 있어 개통을 미루고 있다”며 “하위 법령 개편을 마친 뒤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