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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정’에 방점 둔 차관… 대부분 내부 승진

입력 | 2017-07-01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차관 인선 23명 뜯어보니





“순리대로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차관 인선에 대한 관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비(非)고시 출신을 대거 등용하는 등 파격을 이어갔던 장관 인사와 달리 차관 인사에는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가 없는 차관 인사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제외하고는 인선이 마무리됐다.



○ 장관은 ‘개혁’, 차관은 ‘안정’

고시 출신을 찾아보기 힘든 장관 인선과 달리 차관은 사법·외무·행정·기술고시 등 고시 출신이 대거 배치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임명한 차관 23명 중 19명이 고시 출신이다. 또 장관은 외부에서 대거 수혈한 반면 차관은 내부 승진이 주를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인선이 해당 부처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차관은 최대한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안정’에 방점을 뒀다”며 “이전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등용한다는 기류도 차관 인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인사 사례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다. 임 차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일찌감치 유임이 결정됐다. 미중 외교 전략통으로 꼽히는 임 차관은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사 경험이 없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검찰 출신인 이금로 법무부 차관의 임명도 비(非)사법시험 출신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호흡을 맞춰 안정적인 검찰 개혁을 이끌어 달라는 청와대의 뜻이 담긴 인사다.

○ ‘실세 차관’ 배치도 눈길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실세 차관’의 배치가 두드러진다. 청와대는 국방 개혁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서주석 국방부 차관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군 출신이 아닌 서 차관을 임명한 것은 더 이상 군에 자체적으로 개혁을 맡기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국방 개혁의 방향을 가장 잘 아는 서 차관이 장관 못지않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역시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수의 남북회담에 깊숙이 관여한 햇볕정책의 계승자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부처에는 파격 인사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임명이 단적인 예다. 천 차관도 2014년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다가 9일 만에 철회되는 불운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교육부는 행시 33회인 박춘란 차관의 취임으로 대규모 인적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 차관은 새 정부가 임명한 차관 중 행시 기수가 가장 낮고, 현 교육부 기획조정실장(행시 31회)보다 후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차관 인사에서 연공서열이 파괴됐거나 비(非)고시 출신이 임명된 부처들은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사인을 강하게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 장관 外 관심 쏠린 인선은?

후속 인사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과 금융위원장이다. 한 여당 의원은 “방통위원장은 새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방송 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청와대가 적임자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며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했던 변호사 출신의 발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재기용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여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석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인선과 금융위원장 인선이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차관급 중에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인선이 관심사다. 국가정보원(서훈 원장), 국세청(한승희 청장)과 달리 두 곳은 아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인사는 박상기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마무리되고 나면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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