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개통된 협궤열차 수인선의 흔적들. 인천과 경기 시흥시를 잇는 소래철교(왼쪽)와 경기 안산시의 철로.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수인선은 1937년 일제 경제침략의 수단으로 개통되었다. 군자 소래 남동 등 염전지대에서 생산하는 소금을 인천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일제가 개설한 것이다. 수원, 고색, 어천, 일리, 원곡, 군자, 소래, 남동, 송도, 인천항. 광복 이후 수인선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출퇴근과 통학의 교통수단이었고, 소래포구 사람들은 열차가 들어오면 객실에 올라가 열심히 젓갈을 팔았다.
수인선은 낭만의 상징이기도 했다. 수인선을 타고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탁 트인 갯벌 위 철교를 흔들거리며 건너가는 파란색 자그마한 객차. 소래포구를 가로지르는 소래철교는 수인선의 상징이었다. 협궤열차의 철로 폭은 겨우 762mm. 표준(1435mm)의 절반 좀 넘는 정도다. 그렇다 보니 객실 폭도 좁았고 객차가 흔들리면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사람들의 무릎이 부딪히곤 했다.
소래철교 옆으로는 새로운 수인선 전철이, 고잔역 옆으로는 4호선 지하철 차량들이 열심히 질주한다. 그 옆에서 협궤열차 수인선의 흔적은 왜소하기만 하다. 소래철교, 고잔역 외에도 수인선의 흔적이 몇 군데 더 남아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그 추억을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되살릴 수는 없는 걸까.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