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절벽… 수직낙하
한 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해마다 10%씩 줄어든다면, 그 나라는 존속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가 직면한 냉정한 현실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태어난 한국의 출생아 수는 12만9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줄어들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이 많은 연초에 출생아 수 감소율이 두 자릿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소 폭이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출산과 관련된 통계는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대부분 ‘최저’ ‘최하’ 등 부정적인 것들이다. 현실에서 ‘아이들이 줄었다’며 고개만 갸웃거릴 동안, 숫자로 나타나는 통계는 이미 경고를 넘어 ‘쇼크’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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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출생아 40만 명 붕괴도 가시화됐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40만6300명으로 1970년 연간 통계 작성 후 최저치였지만 그래도 40만 명은 넘겼다. 만약 지금처럼 10%대 감소율이 이어질 경우 올해 36만 명 출생이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로 보면 향후 출산율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혼인 건수인데 젊은층이 결혼 자체를 안 하는 추세다. 이 과장은 “2014년 혼인 건수 급감이 지금 출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는데, 지난해 혼인 건수는 그때보다 더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혼인 건수 증감률은 2014년 ―5.4%, 지난해 ―7.0%였다. 여기에 국내 출산 평균 연령인 32, 33세 여성의 수도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줄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인구정책은 실패했으며 이제 ‘백약이 무효’한 단계”라며 “정부에서 아예 출생아 수 목표치를 정하고 아이 만들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출생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