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스위스는 관광자원 외에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는 전형적인 ‘자원 빈국(貧國)’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전 세계 금속과 커피 60%, 설탕 50%, 원유 곡물 35%가 거래된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는 정치 사회적인 안전성, 풍부한 금융 인프라를 갖춰 중동, 아프리카 등 원자재 생산국에 최적의 상품 거래 장소로 꼽힌다. 1970년대 석유 파동, 1990년대 소련 붕괴 등을 거치면서 스위스는 낮은 세금, 투명성, 친기업 법률 서비스 등으로 원자재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 추크 등에는 550개 이상의 원자재 기업이 자리를 잡았고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를 제치고 최대 원자재 거래 허브로 떠올랐다.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4%가 원자재 거래에서 발생하며 최근 쇠퇴 조짐을 보이는 은행업을 원자재 거래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직간접 고용 인원만 3만 명이 넘는다.
아시아에도 비슷한 나라가 있다.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는 싱가포르가 원자재 거래 허브로 떠오른 것이다. 영민한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원자재 거래의 파급효과를 간파하고 2001년 ‘원자재 거래 허브화’를 추진했다. 싱가포르에 정착하는 원자재 거래 기업에 각종 혜택을 줬다. 일정 수준 이상의 원자재 거래 인력을 고용한 기업들에는 법인세율을 절반으로 낮췄다. 싱가포르는 이 같은 적극적인 유치 전략으로 중국 상하이, 홍콩 등 경쟁 무역 도시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의 원자재 거래 시장으로 도약했다. 전 세계 금속 20%, 곡물 20%, 설탕 20%가 싱가포르에서 거래된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세계 시장에서 철광석의 가격을 설정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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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