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리그로 유턴하는 김보경은 ‘전북 맨’으로서 지난 1년 6개월을 돌아보며 “정말 행복한 선수였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입증한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최고의 공격형 MF, 1년 반 만에 일본행
조용한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아시아 최강’을 넘보는 일본 J리그의 공격적인 투자 속에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강 전북현대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김보경(28)이 1년 반 만에 J리그(가시와 레이솔)로 유턴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2010년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을 입고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보경은 오이타 트리니타(이상 일본)∼카디프시티∼위건 어슬레틱(이상 잉글랜드)∼마쓰모토 야마가(일본)를 거쳐 지난해 1월 전북에 입단했다. 과거 국가대표 사령탑 시절부터 ‘찜’했던 김보경과 사제의 연을 맺은 전북 최강희 감독은 영입 이유를 짧고 분명하게 댔다. “우리의 숙원인 아시아 정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퍼즐이다.” 김보경도 “프로 데뷔 이후 경험하지 못한 우승 타이틀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경(왼쪽). 사진제공|전북현대
● 영원한 전북 맨
-전북은 어떤 의미인가.
“대단한 추억과 소중한 기억을 얻었다. 입단할 때부터 정말 엄청난 격려와 관심을 받았다. 여러모로 부족했고 힘들었던 나를 붙잡아주고 다시 끌어올려줬다. 정말 행복한 선수였다.”
-전북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 3가지를 꼽는다면.
김보경은 K리그 통산 44경기에서 7골·9도움을 올렸다. 클래식 우승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국내외를 넘나들며 실로 대단한 플레이를 펼쳤다. 최 감독은 “특별한 센스와 지능은 제 아무리 좋은 훈련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이적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현실에 미안해했다.
-너무 이별이 빠르지 않나.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니다. 정말 아쉽다. 그래도 모두의 갈채를 받는 지금이 (이별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보경.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끊임없는 성장
“다른 이들의 생각과 비슷했다. 투자에 적극적이고, 선수 모두가 대단한 실력을 지녀 항상 우승을 넘보는 강한 팀?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전북의 진짜 힘은 ‘위기관리’다. 이겨야 할 때 이기는 힘을 가졌다. 맥 빠지고, 주제가 없는 경기는 아주 드물다. 왜 전북이 무서운 팀인지는 안에서만 느낄 수 있다. 내년 전북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전북에서 가장 발전한 부분은.
“전북에 와서 (최강희) 감독님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네가 팀을 잘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팀의 주축은 어때야 하는지, 또 어떤 선수가 돼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또 하나가 있다. 어떤 선수와 어떤 팀에서 어떤 축구를 하느냐가 개인적인 성장에 실로 대단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북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고, 한 걸음 더 성장했다.”
-동료들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가 있다면.
“‘왜 떠나느냐’, ‘가지 말라’ 등의 말들을 하더라. 감독님은 ‘일본에서 더 잘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이해한다. 내가 잘해야 전북의 힘을 증명할 수 있다. K리그에선 당분간 볼 수 없겠지만, 국가대표로 꾸준히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당초 예정보다 빠른 고별전을 치른 김보경은 동료들이 포항 원정을 떠나는 28일 출국길에 오른다. 그는 극심한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 전북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또 계속 응원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