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골든걸]“출신학교, 전공 묻지 않고 각 팀 막내들이 신입 사원 뽑아요”

입력 | 2017-06-23 03:00:00

계수미 전문기자가 만난 여성 C.E.O - 러쉬코리아 우미령 대표




《 #신입 사원을 뽑는 자리에 임원 대신 입사 1∼2년차 막내들이 면접관으로 나선다. #사무실에서 독신을 선언한 사원의 싱글 웨딩을 진행하며 축하한다. #고객 대상으로 시를 공모해시집을 발간하고 판매 수익금을 문학계에 전한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일들이 러쉬코리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를 한국에 들여와 지난 15년간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우미령 대표(44)를 만나 남다른 기업문화에 대해 들었다.》
 

임원 대신 막내 사원이 면접관으로 나서

“무엇보다 러쉬는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브랜드’를 추구해요. 그래서 저희는 늘 ‘해피 피플’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어요. 신입 사원을 뽑는 일도 새로운 해피 피플을 찾는 작업이죠.”

우 대표는 지난해 색다른 방법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했다. ‘러쉬코리아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뜻하는 ‘러쉬 아워(LUSH HOUR)’란 타이틀로 축제 같은 공개채용 행사를 연 것.

먼저 지원자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대신 자신의 에너지와 개성을 표현하는 100초 동영상을 제출하도록 해 응모자 6000여 명 중 150명을 뽑아 ‘러쉬 아워’에 초청했다. 이 행사에는 웃음치료사의 강연까지 마련돼 취업준비생들을 응원했고, 면접은 막내 사원들이 지원자들과 서로 질문과 답을 하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했다.

“마케팅, 디자인, 회계, 인사 등 9개 분야에 걸쳐서 채용했는데, 모든 과정을 각 팀의 막내 사원들이 모여 기획하고 준비했어요. 신입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막내가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원하는 사람을 직접 뽑도록 한 거죠. 물론 평가 기준은 정했는데, 가장 중시한 게 ‘인성’과 ‘열정’이었어요.”

성소수자를 위한 리쿠르팅 파티 열기도

공개 채용 행사 당일 우 대표와 임원들은 면접 대신 안내를 맡았다고 한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 사원 9명은 현재 러쉬코리아에 적응해 잘 다니고 있다. 출신학교, 전공 등을 전혀 모르는 채 사람을 뽑다보니, 회사에서 같이 점심 먹으며 얘기하다가 “어, 전공이 디자인이었어?”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러쉬코리아의 기존 틀을 깬 개방적인 인재 채용 방식은 공개 채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매장에서 일하는 사원을 뽑을 땐 해당 매장에서 20여 명 규모로 리쿠르팅 파티를 여는 일이 흔하다. 어느 때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연락해 성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한 리쿠르팅 파티를 열기도 한다. 우 대표는 “인성과 능력이 출중하지만 용모에 개성이 강해서 일반 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던 인재도 우리 회사에 적지 않다”고 덧붙인다.



사무실에서 진행된 독신 선언 사원의 싱글 웨딩

지난 5월 말, 러쉬코리아 사무실에서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회사 사람들의 축복 속에 30대 중반의 남자 대리가 독신을 선언하며 싱글 웨딩 파티를 진행한 것. 그는 회사에서 축의금과 휴가도 받았다.

“기존에 기혼자 중심이었던 사내 복지제도 혜택을 독신도 누릴 수 있게 만든 거예요. 결혼하고 출산을 한 직원에게 육아 수당이 지급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이 있는 독신자에게 월 5만원의 반려동물 수당도 지급하려고 해요.”

우 대표는 “러쉬는 인권, 동물보호, 환경보존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추구한다”고 밝힌다. 그는 러쉬코리아를 운영하는데 이러한 ‘러쉬스러움’을 지켜가려 한다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사원이 ‘회사에서 소모되고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쓰임 받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29살, 러쉬에 반해 영국 본사 문 두드려

우 대표는 보석가게를 운영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대학 졸업 후 미국보석감정연구소(GIA)에서 보석 감정과 세공, 디자인을 공부했다. 미국 보석업체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웨딩, 보석 관련 사업을 하던 중 2002년 일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러쉬에 반해 곧바로 영국 본사의 문을 두드렸다.

이미 대기업들이 러쉬를 들여오기 위해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었지만 영국에서는 29살의 우 대표를 선택했다. 러쉬를 상업적으로 급성장시키기보다 그 가치를 알아보고 귀하게 키울 ‘베이비 시터’ 같은 사람을 원했던 것.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 1호점을 오픈한 뒤 15년이 된 지금 러쉬코리아는 매장 76개, 500여 명의 사원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사회봉사단체를 방불케 하는 캠페인 활동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으로 이름난 러쉬의 사회활동은 세계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이다. 동물실험 반대 키스마크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는가 하면, 동물대체실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러쉬 프라이즈’를 해마다 주최하고 있다. 바디로션 ‘채러티 팟(Charity Pot)’ 판매금 전액(부가세 제외)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며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

“채러티 팟의 판매금은 위안부 관련 역사 왜곡을 바로 잡고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쓰는 부산 ‘민족과 여성 역사관’ 운영비로 기부하는 등 한국 상황에 맞게 쓰이고 있어요.”

우 대표는 탈북 청소년 재능 발굴 캠페인 ‘두드림(Do Dream)’, 소외된 이웃에게 쌀을 전달하는 ‘기브미(Give 米) 캠페인 등 러쉬코리아만의 독자적인 공헌활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

회사 수익만 내기에도 바쁠 텐데, 사회봉사단체를 방불케 하는 활동을 펴고 있으니 지치지 않을까.

“러쉬에서는 화장품을 판다고 하지 않고 러쉬의 가치를 판다고 말해요. 러쉬에서의 생활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가치 실현의 장이 되니 캠페인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원들은 오랫 동안 회사에 남아요. 물론 ‘일이 힘들다’며 떠나는 사원들도 있죠.

저요? 당연히 보람이 크죠. 일하면서 피곤할 땐 저희 집 보석 같은 4남매의 해맑은 웃음이 최고의 보약이에요.”

우 대표는 31살에 결혼해 14살에서 5살까지 3남1녀를 둔 자식 부자 엄마다. 그는 회사에서 불리는 자신의 애칭처럼 어딘가 ‘보헤미안’ 같은 첫인상을 주었지만, 인터뷰 내내 따뜻하고 편안한 표정을 잃지 않는 천상 넉넉한 마음을 가진 엄마같은 리더였다.



글/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사진/러쉬코리아 제공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