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예방하는 물 관리 지혜
가뭄으로 바짝 마른 논에서 농민이 모를 안타깝게 보고 있다. 소규모 웅덩이를 만들어 평소에 물 관리를 하면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동아일보DB
가뭄으로 전국이 바싹 말라가고 있던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를 찾았다. 심각한 가뭄 속에서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샤워에 사용한 물을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쳐 냄새와 부유물을 제거하면 변기 오물을 해결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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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기로 버려지는 물을 아껴라!
물을 아끼는 방법 중 첫 번째로 변기를 꼽은 이유는 변기가 정말 물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물을 한 번 내리는 데 12L 이상 든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1인당 가정용수 사용량은 하루 약 180L. 하루에 변기 물을 5번만 내려도 60L가 필요하다.
기존 변기는 S자형 관과 사이펀 현상을 이용해 오물을 흘려보낸다. 사이펀은 용기를 기울이지 않아도 높은 곳에 있는 액체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높은 곳에 있는 액체 표면에 호스 끝을 담그고, 호스 반대편을 낮은 곳에 있는 용기에 두면 대기가 높은 곳에 있는 액체 표면을 누르는 힘 때문에 액체가 호스를 타고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사이펀 현상은 낮은 곳에 있는 액체와 높은 곳에 있는 액체의 표면 높이가 같아질 때 멈춘다. 변기 오물을 완전히 흘려보낸 뒤 낮은 곳에 물을 채워 높은 곳(변기)까지 도달시켜야 하기 때문에 물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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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물을 1회 내리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회당 9L로 줄이면 물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1인 평균 하루 5회 변기 물을 내린다면 하루 물 사용량이 22억5000만 L 정도 줄 것으로 추산된다.
○ 작은 ‘웅덩이’로 ‘큰 가뭄’ 잡는다.
평소에 내린 빗물을 잘 모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큰 댐이나 보에서 모을 수도 있지만 산림 관리를 잘해 토양과 대기가 머금은 수분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슬로바키아는 2010년 10월부터 ‘자연 복원화와 통합하천 유역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농지를 만들고 산림을 벌채한 뒤 가뭄과 홍수가 자주 발생해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는 산 구석구석 간단한 물막이 건축물을 세워 소규모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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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는 “대규모 댐이나 보에 물을 저장하는 것을 사람 등에 멘 큰 배낭이라고 생각한다면 슬로바키아의 사례는 바지 주머니나 셔츠의 가슴 주머니처럼 작은 주머니”라며 “작은 주머니를 여러 개 만들어도 물을 붙잡아 두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