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생산된 첫 국산 라디오 ‘금성 A-501’.
우리나라에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것은 1927년. 일제가 서울 정동에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라디오 방송은 1960, 70년대에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TV가 귀했던 시절,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열심히 라디오 드라마를 들었고 성우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홍수환 유제두의 프로권투나 김재한 차범근의 축구, 인기 절정 고교야구 경기도 대부분 라디오로 들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세상과 만났고, 한편에서는 라디오 심야음악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렸다.
라디오의 흥행에는 국산 라디오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959년 금성사는 처음으로 국산 라디오 생산에 성공했다. 부품 국산화율 60%. 모델명은 ‘금성 A-501’. 5개의 진공관과 5인치 스피커를 장착한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였다. 가로로 길쭉한 모양에 두 발이 달렸고, 앞면엔 금성사 심벌과 함께 붉은색으로 ‘Two Band Super Heterodyne’ 문구를 디자인해 넣었다. 지금 보면 투박하지만 당시로서는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우리나라 산업디자인의 시발점으로 평가받으며 훗날 국산 라디오 디자인의 모델이 되었다.
라디오 하나로 온 세상을 꿈꾸었던 시절. 그 흔적 가운데 하나가 첫 국산 라디오 ‘금성 A-501’이다.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이 라디오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라디오 자체의 고풍스러움뿐만 아니라 거기 담겨있는 사람들의 숱한 애환 때문이다. 1959년 금성 라디오의 소리까지 복원해 들어볼 수는 없을까. 그런 꿈을 꿔본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