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무엇보다 다른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왕진을 와야 하는 상황이라 인력 부족이 큰 걸림돌이다. 복지부는 어쩔 수 없는 경우 같은 병원의 의사 두 명이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뒀다. 가까스로 숨통은 트이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신건강복지법에는 강제입원 논란 때문에 우리가 잘 몰랐던 중요한 내용이 숨겨져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개정법은 그동안 강제입원 절차 개선을 통한 ‘억울한 입원’의 최소화와 함께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재활을 돕는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사실 장애인의 경우 수많은 관련 단체들이 인권 또는 사회적인 권익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를 통해 장애인 지원 정책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공공기관에서 전 직원의 3.2% 이상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거나,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총 구매액의 1% 이상 사도록 하는 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그늘에 묻혀만 있었다. 오히려 ‘정신질환자=위험인물=범죄자’로 연결하는 ‘지나친 편견’으로 말미암아 정신질환자의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철저히 배제됐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적절한 치료와 지원 및 관리를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얼마든지 영위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기 때문에 그냥 놔두는 사람들이 있다. 조현병은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도 많다. 정신질환의 낙인으로 환자를 방치하는 경우가 참 많은 이유다.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사회적 편견과 싸우면서도 동시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그러다 보니 결국 강제입원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제입원율은 67%로 독보적인 세계 1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와 더불어 말이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은 모두 강제입원율이 10%대에 불과하다.
지역 주민들이 정신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님비 현상의 극복이 가장 큰 난관이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신질환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이겨내지 못하면 강제입원율 1위의 불명예는 결코 벗을 수 없다. 자살률 1위의 부끄러운 타이틀과 함께 말이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